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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검찰, '박근혜 가이드라인' 넘을까?

정윤회-박지만 암투설 속 김기춘 대처 논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확산일로다. 정치적 파장이 정윤회 씨와 박지만 EG그룹 회장 사이의 권력 암투로 번지는 가운데, 3일부터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청와대는 일관되게 정윤회 씨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며 문건 작성자인 박 모 경정을 수사의 초점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 경정 희생양 만들기?

문건 유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3일 박 경정의 근무지인 서울 도봉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박 경정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로 속도를 냈다. 검찰은 박 경정의 변호인을 통해 소환도 통보했다.

청와대는 일찌감치 문건 유출자로 박 모 경정을 지목한 상태다. <문화일보>는 3일 사정당국을 인용해 청와대는 박 경정이 동료 경찰관을 통해 문서를 유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청와대에서 파견 해제된 박 경정이 여러 문서를 출력해 나간 사실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3~4월 자체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박 경정이 짐을 보관했던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서 박 경정의 지시에 의해 문건이 복사됐으며, 동료경찰관 등을 통해 복사된 문건을 외부로 빼돌렸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그러나 박 경정은 사태 초기부터 "나는 문건 유출자가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해왔다. 박 경정의 직속 상관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문서 유출의) 범인으로 지목된 보고서가 5~6월 민정수석실에 올라갔다"고 박 경정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박 경정은 4일 오전 9시30분에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했다.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이 유출 경위와 관련해 언론에 함구했던 제3자를 지목할 경우 이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이번 사건의 본질인 유출된 문건에 담긴 내용의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시중에 떠도는 정보지를 모아놓은 수준"이라고 했고, 정윤회 씨도 "허위 문건을 공식 문서화한 건 음해를 넘어 정권의 전복"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반면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응천 전 비서관은 "신빙성이 6할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와 함께 이들을 고소한 청와대 비서관 8명을 조만간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을 상대로 정윤회 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이 실제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는지, 김기춘 비서실장의 낙마설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씨 등이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의 통화내역과 이메일, 메시지 송수신 기록,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함께 모임 장소로 적시된 서울 강남구 중식당에 대한 탐문조사와 주변 CCTV도 기초자료로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문건 내용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 "루머"라고 가이드라인을 친 상황에서 검찰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내부까지 수사가 불가피하지만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전례는 지금까지 없다.

박지만, 정윤회에게 밀렸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건의 정치적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주장대로 박 경정 등의 돌출 행동에 의한 국기 문란 행위로 결론 날 경우 정윤회 씨의 비선 개입과 이른바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의 국정농단 의혹은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출된 문건에 드러난 정윤회 씨의 김기춘 비서실장 축출 모의,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이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만으로도 권력암투가 극심했던 정황은 적지 않게 드러났다.

우선 조 전 비서관과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 등이 갈등관계에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박 대통령을 위해 청와대의 워치 도그(감시자) 임무를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고 '3인방'과의 갈등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이들의 견제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정윤회 씨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서관 3인방과 조 전 비서관의 권력다툼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3인방과 조 전 비서관의 갈등관계는 표면일 뿐, 배경에는 정윤회 씨와 박지만 EG그룹 회장 사이의 더 깊은 권력암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공교롭게 박 회장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올해 들어 옷을 벗거나 좌천되는 일이 빈번히 벌어져 이를 두 사람 사이의 권력 갈등의 결과로 풀이하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최근 "박지만-조응천 라인으로 분류되는 국정원 1급 국장이 핵심 청와대 비서관들의 첩보를 조 전 비서관에게 제공하다 청와대 외압으로 요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에는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전격 경질돼 청와대 개입설이 파다하게 번졌다. 또한 <시사저널>은 지난 4월 정 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기춘, 3인방과 한 배 탔나?

이처럼 정윤회-박지만 갈등설이 음으로 양으로 번지는 상황에서도 김기춘 비서실장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 공식라인이 이를 묵인 내지 방조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의 유사한 문서가 김 실장에게 구두로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김 실장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모호한 상태다. 김 실장은 비서관 3인방에게 문서 내용을 확인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받고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은 지난 5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했으나 김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김 실장은 박 회장이 제보한 문건의 유출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려 "배에 구멍이 났다고 외쳤는데 이를 확인하지는 않고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지 찾아내라고 한 격"이라고 김 실장의 조치를 비판했다.

김 실장의 석연찮은 행동은 '정윤회-박지만 권력 갈등' 단속에 실패했거나, 애당초 이를 중재할만한 입지가 김 실장에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박지만 인맥이 공직에서 줄줄이 밀려난 점, 김 실장이 박지만 회장의 제보를 묵살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김 실장이 '문고리 3인방'과 같은 배를 탄 게 아니냐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서에 담긴 내용을 루머로 치부하며 문건 유출자 색출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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