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청와대 내부 문건 보도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도에 쓰인 문건이 공공기록물 원본이 아닌 '사본'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록물 '유출'에 애초 해당하지 않아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유출의 범죄 구성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 씨를 최근 '만난 적 없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던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는 '위증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2일 자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정 씨와 이 총무비서관이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세계> 보도, 명예훼손죄 성립 안 돼…언론 탄압"
새정치민주연합 '비선 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 소속 박범계·김광진·진성준 의원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법리 판단 결과를 설명했다.
박 진상조사단장은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는 걱정을 덜어도 될 것 같다"며 공공기록물 "사본을 공개하는 것은 유출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누설, 즉 기밀 누설 여부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그렇다면 기밀 누설에 '공범'이 가능 하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며 "대법원 판례(2009도2642호)에 따르면 누설의 상대방, 법률 용어로 대향범 관계있는 누설 행위에 대해선 형법상 공범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교사·방조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서 벌어졌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파문 사건 때에도 같은 법리 적용이 이루어졌다고 부연했다.
박 단장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기록물 반출이 아니라 '기밀 누설' 혐의로 약식 기소됐으며, 누설 상대였던 김무성 대표는 '무혐의' 결론이 났다는 점을 지적한다"면서 "대통령이 강조하고 검찰 특수부가 하고 있는 문건 유출에 대한 수사는, 쓸데없는 고소와 쓸데없는 수사 의뢰에 기반을 둔 허무한 수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이어 "<세계일보>에 대한 수사는 언론 탄압 성격이 짙다"며 "검찰은 예상대로 문서 내용에 대한 진위 규명엔 전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다로 가야 할 수사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만은 위증, 정윤회는 증거 인멸…정윤회, 지금도 지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한편,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상대로는 '위증죄'를 적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총무비서관이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서는 "2003년 또는 2004년에 정윤회 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계속 소통해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정윤회 씨에 대한 감찰 문건 작성을 지시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정 씨와 이 비서관이 지난 4월에는 연락을 주고받았음을 시사했다.
4월 10일에서 11일 양일간 정 씨가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했지만 이를 받지 않자 이 비서관이 '전화 좀 받으시죠'라고 했고, 이 전화를 받지 않은 후 청와대에서 경질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진성준 조사단 위원은 "왜 통화를 시도했나. 조응천 비서관이 이른바 박지만 EG 회장 미행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조사하고 있으니 해명하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다는 것 아닌가"라며 "정 씨는 어떤 계통으로 그런 사실(조사)을 알게 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윤회-이재만 소통 건 외에도 정 씨가 사태 발생 이후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과 이재만·안봉근 비서관 등에게 전화를 건 것은 부적절한 증거 인멸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단장은 "이쯤 되면 특수통 검사들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명백한 '증거 인멸' 행위다"라면서 "정 씨는 (전화로) 이 비서관에게 '왜 적극 대응하지 않느냐'고 주문, 통보, 요구했다는데 이 세 가지를 합치면 지시에 가까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 지시는 지금도 계속 중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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