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정윤회 씨가 지난 4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연락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터진 지난달 28일 이후 이재만·안봉근 비서관 등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정 씨는 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 터지고는 제가 (이 비서관과) 통화했다"며 자신이 이 비서관에게 "왜 3인방과 이렇게 자꾸 문제가 불거지는지, 이제는 나도 내 입장을 얘기해야겠다. 그쪽(청와대)에서도 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 씨는 또 "안 비서관한테 왜 도대체 이런 문건이 나오게 됐는지 제가 물어봤다"며 "그리고 제가 참석을 안했어도 자기들끼리 모여서 밥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저는 금시초문인데 '혹시 그런 적이 있냐' 제가 오히려 물어봤다"고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안 비서관에게 "나는 이번에는 참지 못하겠다. 이제는 나는 나대로 할 테니까, 그쪽 3인방도 이제 3인방이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이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이 비서관과 자신의 의사소통(☞관련기사 : 조응천 "정윤회 전화 안 받으니 이재만이 '좀 받으라' 해") 배경에 대해서는 '주간지에 보도된 박지만 씨 미행 사건과 관련해 조 비서관과 통화를 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안 돼 이 비서관에게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해 달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당시까지는 박근혜 의원실을 그만둔 이후 3인방과 접촉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2004년 이후 2013년 4월이 첫 연락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앞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이 비서관 등과 회동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몇 번도 아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다"고 했었다.
정 씨가 이재만·안봉근 비서관에게 "3인방이 할 수 있는 걸 하라"며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고 밝힌 것은, 이들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명이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등을 고소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이들 8인의 법률대리인인 손교명 변호사는 이날 "문서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면서도 "(내용은) 신빙성이 없어도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보유된 것이라면 대통령기록물법상의 기록물"이라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자신이 전날 검찰에 출석해 자정 넘어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정 씨가 청와대 인사들과 회합한 사실이 만약 있다면 그 부분을 소명하는 것은 <세계일보> 측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단 그는 "고소인들이 직접 조사를 받으면 불필요한 의혹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 비서관 등 8인은 직접 검찰에 출두하지 않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응천, '문고리 3인방' 집중 감찰
한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실세 비서관들을 집중 감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했던 '김기춘 실장 사퇴 관련 VIP측근 동향' 문건이 이같은 감찰 활동의 일부일 정황이다.
<내일신문>은 2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빌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해 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3인방(이재만 총무, 정호성 1부속, 안봉근 2부속비서관)'을 집중 감찰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집중 내사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4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경찰관들이 대거 원대복귀하고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갈 때까지 이뤄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부·여당 측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초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는 3인방 중 일부가 부적격 인사인 A장관과 B위원장(장관급), C차관 후보자를 강력히 미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문제의식을 느꼈고 이들에 대한 첩보를 모으기 시작햇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인방 외 또다른 핵심 인사에 대해서도 비리 혐의를 두고 내사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조 당시 비서관은 권력 핵심부에서 비리나 인사 개입이 터지면 정권이 위험해진다는 사명감 속에 재직 1년 내내 3인방을 내사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2월말 정권 출범 당시부터 청와대에서 일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자신들에 대해 집요하게 내사를 벌이자, '3인방'은 "너무한 것 아니냐", "근거도 없는 루머 수준 첩보를 셀 수 없이 보고해 업무를 볼 수 없게 만든다"며 반발했다고 신문은 관계자들 증언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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