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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전화 안 받으니 이재만이 받으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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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전화 안 받으니 이재만이 받으라 해"

조응천 "정윤회 문건 신뢰도 60% 이상"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 온 정윤회 씨 관련 청와대 문건이 공개돼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이 문건 담당자였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정 씨가 '문고리 3인방'과 연락을 취하는 등 보고서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찌라시 수준'이라고 부인한 것과는 달리, 해당 문건은 자신이 비서관 직무의 일환으로 작성한 것이며 '신빙성은 6할 이상'이라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2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문건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 취임 4개월쯤 됐을 때 '김 실장이 사표를 낸다'는 얘기가 시중에 돌고 보도도 나왔다.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이상해서, 실장이나 수석이 시킨 것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우리 방(공직기강비서관실)에 '알아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모 경정이 그 중 비교적 명확한 얘기를 보고했다"며 <세계일보>에 보도된 것이 박모 경정의 보고 내용이냐는 질문에 "아마 그럴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의 보고를 받은 이후 "내가 (홍경식) 수석에게 보고하니 '실장에게 가서 직접 보고하라'고 했다"며 "(김 실장도) 질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나는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니 너무 걱정 말라' 정도로 말씀한 것 같다"고 당시 김 실장의 반응까지 전했다. 전날 채널A는 조 전 비서관에게 해당 문건을 보고받은 김 실장이 "소문만 가지고 보고했다"고 그를 질책했으며, 김 실장은 이른바 '실세 3인방'에게 최근 정 씨를 만난 적이 있는지를 확인했을 뿐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서는 함구했었다고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은 '그 문건의 신빙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6할 이상"이라며 "내용이 (정 씨와 '십상시'들의)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것이었다. 나는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추가 조사 지시는 없었고 대신 얼마 뒤 '박 경정을 (청와대에서)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해당 문건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이전) 관리 책임자로서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이 사건의 핵심은 문건 유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경정이 유출자로 지목된 정황에 대해 "이중희 민정비서관은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가기 전에 (문서를 프린터로) 출력을 많이 했다'고 보고했다"며 그러나 "(1월) 당시는 박 경정이 경찰청 정보분실장으로 가게 된 때여서, 내가 '당신이 나가도 정보분실에서 각종 정보를 접하니 박지만 씨 관련 업무에서는 나를 계속 챙겨줘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박 경정이 자기가 일하면서 참고하기 위해 박지만 씨 관련해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 들고 나갔다 하더라"고 했다.

"鄭 전화 안 받으니 이재만이 '전화 좀 받으시죠'…3일 후 '청와대 그만두라'"

조 전 비서관은 실제로 정 씨와 '실세 비서관'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의심케 하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면서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전화를 좀 받으시죠' 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이 정 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정 씨가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로 정 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고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씨와 20년에 걸쳐 인연이 있는 사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10년간 정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증언했었다.

이어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이 청와대를 나가게 된 것도 그 직후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4월 15일 홍경식 민정수석이 불러 가보니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며 그만두라고 했다"고 했다. 단 그는 "정 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나의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JTBC 방송은 조 전 비서관의 사임 배경은 그가 '실세' 비서관에 대한 미행 지시를 했기 때문이었고, 박지만 씨와 그의 인연 등으로 인해 그의 사퇴가 '실세 비서관들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으로 비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응천 vs 3인방 갈등설 사실…"인사검증 하려는데 미리 발표, 보복"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 총무비서관이나 정호성 1부속비서관, 안봉근 2부속비서관과 자신의 갈등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그 배후가 정 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는 박 대통령을 위해 청와대의 워치 도그(감시자) 임무를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고 했다.

그는 "'박지만 쪽 사람을 채용해 관련 업무를 맡기자'고 했더니 정 1부속비서관이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거나 "(인사검증 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올봄 청와대 행정관들을 선임행정관(2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있었는데, 이 총무비서관에게 '2급이면 인사검증 대상이니 미리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발표가 나 버렸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작년 10월 말인가 11월 초에 청와대에 들어올 예정인 경찰관 1명에 대해 검증을 하다가 '부담스럽다. 쓰지 않는 게 낫다'는 판정을 내렸더니, 안 2부속비서관이 전화해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왜 2부속실에서 경찰 인사를 갖고 저러는지 이상했는데 한 달쯤 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며명을 다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더 기가 막힌 건 후임들이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찍어서 내려온 인물들은 지난 정부 때 보안 유출로 쫓겨난 사람, 옛 정무직을 했던 사람의 전 부인과 동거하는 사람 등 하자가 많은 사람들이어서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수석을 통해 실장에게 보고했고 그 인사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박지만 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내가 비서관에서 잘릴 때도 '낙하산'(박 씨의 도움)은 펴지지 않았다"며 "나를 청와대 비서관에 추천한 사람이 박 씨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박지만 라인'이라는 세평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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