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김우수 부장판사)는 28일 증거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김모(48) 과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사건의 총책임자이자 검찰이 증거 조작의 '윗선'으로 지목한 이모(54) 전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역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처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지만, "이 전 처장이 범죄 사실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고 도망할 염려가 없어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증거 조작에 조력한 이인철(48) 전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에 대해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수사를 받던 중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모(51) 과장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권 과장은 자살 기도 뒤 건강이 악화된 점이, 이 전 영사는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사실상 국정원의 지시를 받는 지위였음이 감안됐다.
이번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민간인 조력자 김모(62) 씨와 조선족 조력자 김모(60) 씨는 각각 징역 1년2월과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과 국정원은 지난해 2월 국내 탈북자 명단을 대거 북한에 넘긴 혐의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34) 씨를 재판에 넘겼다. 유 씨가 탈북자로 위장해 간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혐의였다.
유 씨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이에 항소하면서 유 씨의 출입경 기록과 사실 조회서 등을 간첩 행위의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이 증거들이 '위조'됐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인 것이다.
수사 단계에서 국정원의 증거 조작을 폭로했던 조력자 김모(62) 씨를 제외하고는 피고인 전원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전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이 유 씨의 형사 재판에 사용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각종 기록을 위조해 법원에 제출한 사실을 합리적 의심없이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김 씨에 대해서는 수사에 적극 협조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했고, 유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점 등이 참작됐다. 김 씨는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뒤인 지난 3월 자살을 기도하면서 유서에 국정원을 '국조원(국가조작원)'으로 표현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7월 수감 중엔 국정원 말만 믿고 유 씨를 간첩으로 오해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유 씨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국정원 협조자 유우성 측에 옥중 '사과 편지')
재판부는 "국가안전보장 임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으로서 더 엄격한 준법 의식을 갖춰야 하는데도 국가의 형사 사법 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했을 뿐 아니라, 국정원에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국정원 임무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재외공관 공문서에 대한 신뢰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유 씨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는 선고 직후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죄질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면서 "특히 대공수사팀장이었던 사람에 대해서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불구속을 유지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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