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현대건설 회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1988년, 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인사에 대한 납치·감금 사건에 실질적으로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건설 노조설립추진위원장 출신의 서정의(57세) 씨는 21일 여의도 한나라당 검증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88년 현대건설 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중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 직접 노조설립 포기를 회유했지만 거부하자 사주를 받은 조폭들에 의해 납치돼 닷새 간 감금당했었다"면서 "그러나 몸통인 이명박 회장은 빠져나가고 이사나 부장 등 '꼬리'만 처벌받으면서 수사가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서 씨는 "1988년 5월4일 이명박 회장으로부터 '남은 것은 물리적 충돌 뿐'이라는 최후의 통첩을 받고 그 이틀 뒤 납치된 점이나, 이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전 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돌려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로 대체토록 회유한 사실 등의 정황과 각종 증거를 볼 때 이 회장은 분명 이 납치사건의 총책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검증위를 찾았다"며 당시 납치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와 납치 전후의 정황을 소상히 기록했다는 자신의 비망록 등을 검증위에 제출했다.
서 씨는 현재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 재경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당원이며 지난 92년 총선에선 울산동구 민자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이명박측 "정치적 배후 의심"
이에 대해 이명박 캠프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하는 한편 '정치적 배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캠프 측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당시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서 씨도 본인 스스로 이명박 전 시장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었다"면서 "19년이 지난 다음 지금 와서 갑자기 말을 바꾼 뒷배경이 의심스럽다. 이제 와서 허위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흑색선전이자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캠프의 정태근 본부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를 들어 (정수장학회 문제를 제기한) 김영우 씨는 한나라당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 배경이라는 게 있을 수 없지만, 서 씨의 경우에는 한나라당 내에 있는 사람이 아니냐.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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