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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최경환 노믹스'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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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린 '최경환 노믹스'의 정체

[분석]기업소득 선순환이 아니라 '부동산 업계 소원수리'?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열흘도 안돼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을 상징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24일 최 부총리는 "거시정책 기조를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전환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답게 전임 현오석 부총리와는 다르게 공격적이며 화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도 시원시원하게 한다. 최 부총리는 "당장의 재정건전성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좀처럼 하향 조정하지 않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4.1%(신기준)에서 무려 0.4%포인트도 낮춘 3.7%로 수정제시하면서 "그대로 두면 3.7%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위기 의식을 고조시켰다. 경기부양책을 쓸 때 제대로 못쓰다가는, 자칫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도 했다.

만일 이번 경기부양책이 정부의 주도로 기업과 가계에 만연된 위축된 경제 심리를 활기차게 바꾸는 효과를 발휘한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 부총리도 경제심리를 바꾸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40조 경기부양책? '숫자 보여주기'에 그칠 수도

문제는 정책조합의 내용이다. 국민 전체의 경제심리를 활기차게 바꾸는 효과를 발휘할 수만 있다면 재정건전성에 당장 부담이 커지는 정책이라도 쓸 수 있다. 그런데 목표는 맘껏 잡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내린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하반기에 정부 재정에서 약 12조 원, 금융과 외환에서 26조 원 등 모두 40조 원+α의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1조 원 규모의 대책이라지만, 알맹이가 별로 없는 '숫자 보여주기'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지원 26조 원은 수요가 있어야 성립되는 규모다. 결국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이라고 하지만, 재정 지출 측면에서는 12조 원의 재정투입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예년 추경보다 작은 규모"라고 시큰둥한 반응이다.

'최경환노믹스'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내수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접근법인데, 그 핵심 장치가 '기업소득환류세제'다.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환류되는 선순환구조의 작동이 멈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도 있다면서, 기업소득을 빨리 쓰게 만들도록 압박을 가하는 세제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경환노믹스의 성패는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선순환을 일으키는 데 달렸다"면서 "만일 성공시킨다면,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경제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소득 선순환 강제인지, 대주주 배당잔치 강제인지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나 노동자의 소득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일으키기는커녕, 대주주의 배당잔치로 전락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사내유보금에 대해 3%가량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는 법인세의 '꼼수 인상'이며, 이중과세"라면서 "기업 스스로 투자하고 싶게 만들려면 '규제완화'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경환노믹스가 성공하려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조해도 시원치않을 판인데, '규제완화'라는 선물을 주지 않으면 협조할 기색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의지'다. '최경환노믹스'의 정체가 바로 이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계에서 모처럼 반색하는 반응을 보일만한 '선물꾸러미'가 발표됐다.

최경환노믹스가 제시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은 마치 과거 부동산투기 열풍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지가 담뿍 담긴 듯하다.

최 부총리는 "주택시장이 확실하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청약제도, 재건축·재정비 등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화끈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 서민 빚만 늘리면?

내용을 보면, 돈이 있는 사람이나 집이 있는 사람은 물론, 돈이나 집이 없으면 빚을 왕창 지고라도 집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이 한 채 이상 있는 유주택자도 신규 분양에 당첨될 수 있도록, 37년된 주택청약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꾼다고 나섰다. ▲보유 주택 수에 비례해 청약 점수를 깎는 감점 조항부터 없애서 유주택자의 분양 가능성을 높여준다 ▲4가지나 되던 청약통장도 주택청약종합저축 하나로 통합해 공공과 민간주택,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청약을 가능하게 한다 등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금융규제정책이라고 했던 대출 규제도 확 풀린다.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총부채상환비율(DTI) 60%로 상향조정해 돈 못빌려 집을 사기 어렵다는 소리가 안나오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부동산 활성화에 효과도 없는 금융규제 정책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경환노믹스에 순응해야 할 이유를 못찾아 횡설수설하고 있다.
화끈해 보이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서민 빚 잔치'로 건설업계와 가진 자들의 배불리기로 끝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최경환노믹스가 '부동산 업계 소원수리'로 끝나고, 빨간불이 켜진 재정건전성과 이미 10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회복 불능으로 망가뜨리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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