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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핵발전소, 이대로 두면 '재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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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핵발전소, 이대로 두면 '재앙'이 온다

[주간 프레시안 뷰] 진짜 잊지 않겠다면 절박하게!

7월 21일 새벽,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조용한 시골마을에 500여 명의 경찰과 100여 명의 한국전력 직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마을을 관통하는 34만5000 볼트 송전선 건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송전철탑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현장을 지키던 주민과 연대시민 10명이 연행되었습니다.

23일 오전 11시 반, 제가 뒤늦게 삼평리에 도착했을 때 마을을 지배하고 있던 것은 헬기의 굉음이었습니다. 경남 밀양에서는 이 헬기 소음 때문에 인근 은어 양식장에서 은어들이 대량으로 폐사하기도 했던, 바로 그 소리입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국토순례를 하는 학생들이 앉아 있습니다. 그 뒤로는 방패를 든 경찰들이 서 있습니다. 주민들 몇 분과 천주교 수사님들, 연대하는 시민들이 헬기가 이착륙하는 곳으로 갔다가 또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것이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날, 한국 사회의 모습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했지만, 개조된 것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공권력의 남용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6월 11일 경남 밀양에서는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할머니들과 수녀님들이 앉아 있는 천막을 칼로 찢고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러 명이 다치고 실신했습니다. 이것이 '개조된 국가'의 모습이라면 끔찍한 일입니다. 사람에 대한 예의, 생명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습니다.

▲ 6월 10일 오전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움막(송전탑 129호 예정 부지)에서 옷을 벗고 저항하는 한옥순 할머니를 경찰들이 구덩이 아래에서 끌어 올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많은 분들이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에도 바뀐 것은 전혀 없습니다. 곳곳에서 산업재해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를 비롯한 낡은 원전은 언제쯤이나 폐쇄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새로운 원전 건설은 강행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의료민영화, 쌀 수입 개방 등이 추진되면서 삶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우리,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맹세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을 지나면서, '이대로 두면 한국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참사 100일이 지나도록 진상규명 특별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국가에서 무슨 희망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크게 바꾸고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생각을 더 굳히게 됩니다. 일본은 여러 차례 대지진을 겪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대지진을 겪으면서도, 정작 대지진 때문에 원전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부 선각자들은 있었습니다. 그들은 대지진으로 인해 쓰나미가 발생하면, 후쿠시마 같은 곳에서 원전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는 일본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시민들도 이런 경고에 무관심했습니다.

한 번의 기회는 있었습니다. 일본은 1995년 1월에 한신-아와지 대지진(고베대지진)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그 사건에서도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새벽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6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수많은 주택이 파괴됐습니다. 신칸센과 고속도로가 무너졌습니다.

당시에도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대처는 미흡했습니다. 새벽에 지진이 발생했는데, 소방차의 출동도 늦었습니다. 사고 직후부터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구조작업과 복구작업을 했습니다. 일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습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극찬'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일본은 고베대지진을 겪고 나서 한 일이, 건물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전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만약 원전주변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들은 '일본의 원전은 절대로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사회는 그렇게 귀중한 기회를 넘겨버렸습니다. 그 결과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정치는 무능하고 무책임했습니다. 고베대지진을 겪은 후에도 원전문제를 정치의 주요의제로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시민운동도 일본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습니다. 자원봉사 붐이 일자,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고, 마을 만들기를 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는 다가올 재앙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일본에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나 시민운동이 있어서, 원전의 안전성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2011년 3월 11일의 재앙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미 일어난 사건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희생자 304명의 영정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로 향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참사 100일을 지나면서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일단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 특별법을 만들고,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돈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가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노후 원전 문제도 풀리고, 각종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고,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재앙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분별한 농업개방을 중단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며, 의료나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런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런 대전환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나야 하고,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일어나야 하며, 국가정책의 변화로도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의 활성화로도 나타나고 정치의 큰 변화로도 나타나야 합니다.

요즘 불볕더위 속에서도 '노후 원전 폐쇄' 피켓을 1인시위를 하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이런 행동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는 좀 더 절박해져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기해,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라는 말을 울부짖으며 남기고 떠난 학생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좀 더 절박하게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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