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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정부'가 처한 '3중 위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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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정부'가 처한 '3중 위기'…왜?

[주간 프레시안 뷰] 문제는 '인간 안보'다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사업을 하는 한 선배 부부를 길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길래, "술 마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지인들과 서울 시청광장에 다녀오는 길"이라면서 술 한잔하자고 하더군요. 그 선배 부부는 "한국이 너무 싫어졌다"며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진지한 말투로요.

대학 커플로 만나 결혼 생활 17년 차에 접어든 부부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대학 때에는 학생운동을 했고, 사업을 하면서도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활동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부터 바꿔야 한다'며 지역 운동도 열심이고요. 그런데 과연 무엇이 이들을 절망하게 했을까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들이 자식 잃고 뙤약볕에서 단식하는 엄마들한테 그럴 수가 있어!" "그 사람들은 그렇다고 쳐. 도대체 정부와 국회는 뭐하는 거야? 야당은 또 뭐고…." "다음 주 목요일(7월 24일)이 100일째 되는 날이잖아. 이 날이 중대한 갈림길이야. 수많은 사람이 모여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느냐, 아니면 한 가닥의 희망마저 버려야 하느냐를 나는 이날 판단할 거야." "자식 잃은 부모들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가 곁에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이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라고. 단식으로도 자신들의 최소한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다음 뭘 선택할지 어떻게 알겠어. 난 그게 두려워."

▲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11일, 세월호 유가족의 시간은 4월 16일에 멈춰있다. ⓒ연합뉴스

선배 부부가 말하는 걸 들으면서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잊지 않을 게, 약속할 게'라는 다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의 침몰이다'라고 제 입으로도 말해놓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남의 일처럼 대하지 않았나' 하는 짙은 반성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마음이 죄스럽고 또 불편합니다. 글을 쓰기 전과 후에 제 자신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감수성마저 박제화되는 걸 막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 100일에 제 소감을 적어볼까 합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문제를 중심으로요.

참사 이후 '안전'과 '위기관리'가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다는 것인데요. 이건 국민들의 정서와 태도보다는 국가 시스템과 지도자의 자질 결함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세월호 참사와 22사단 총기 사고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하는데, 정작 윗사람은 진실 외면과 책임 회피에 급급하면서 그 책임을 아랫사람으로 돌리기 바쁜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은 '안보(安保)'를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런데 안보는 안전보장(安全保障)의 줄임말입니다. 안보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공동체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보면, '안보 과잉 사회'인 대한민국이 '안전 위험 사회'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민낯이자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합니다.

안보와 안전을 분리하는 퇴행적 움직임은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납니다.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청와대는 '안보 컨트롤 타워'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씁니다. 대통령이 지하벙커에서 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기도 하고 군사평론가처럼 안보 위기를 부풀리기도 합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수시로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안보의 보루(堡壘)로 청와대의 위상을 과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때에는 어땠습니까? 안보실장은 '나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발을 빼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려 8시간 동안 '대통령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안보는 나의 문제이고 안전은 너의 문제'라는 뜻인가요?

기실 국제사회에선 안보를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군사 안보에만 치우치면 군비 경쟁과 안보 딜레마를 격화시켜 오히려 국가 안보 자체도 위태롭게 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정치적·경제적·환경적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유엔이 인간안보 개념을 정립해 회원국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해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려고 했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설치해 부처 간 이견이 강할 수 있는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조율과 통합을 모색했습니다. 또한 NSC 산하에 위기관리센터를 만들어 군사안보문제뿐만 아니라 재난, 테러, 국가기간시설 마비와 같은 국가적 위기를 예방·대응·관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흔적 지우기'에 여념이 없었고, '비정상화의 정상화', '국민 안전 제일'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도 MB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3중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하나는 세월호 참사와 22사단 총기사고와 같이 나라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안전 사고의 빈발입니다. 또 하나는 남북관계 악화, 6자회담의 실종 및 북한의 핵 능력 강화 등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상시화·고착화·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균형외교를 상실하고 미·일동맹 쪽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한국이 동북아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촌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참사는 전쟁과 핵발전 사고입니다. 세계에서 군사적 밀집도가 가장 높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곧 민족의 소멸을 의미할 정도로 끔찍한 결과를 수반하게 될 것입니다. 내년이면 분단 70년, 정전협정 63년이 됩니다.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부지불식간에 이걸 정상으로 여기면서 안락함으로 빠져들수록 전쟁의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 우리가 처한 냉엄한 현실입니다.

또한 한반도 남쪽에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핵발전소를 늘려가면서 한반도 북쪽에 있는 핵 발전소를 비난하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로는 ‘한반도판 체르노빌’을 막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핵은 핵전쟁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핵은 그 핵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김정은 정권의 아전인수식의 태도로도 '핵참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신의 불'이라고 불리는 핵은 인간이 오만해질수록 이를 응징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안보(安保)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 강원도 양구군 12사단 을지대대를 방문해 GOP 근무장병을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안보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정착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이라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국가안보 지상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의 부속품 정도로 보는 관성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지금은 내부의 모순을 극복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이를 통해 설상가상의 대한민국을 금상첨화의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출발점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며 그래서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있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기해 언론에선 '바뀐 게 없다'는 한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저도 이 글을 송고하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행진 참석을 위해 국회로 갈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복원력을 상실하기 전에 '깨어 있는 사람들의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합니다. 힘과 지혜를 모으는 길만이 무기력을 이겨내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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