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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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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외치는 이유

[시민정치시평] 세월호 참사,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40대 이상의 남자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 무렵에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미안함을 이제 되돌아보면 약간은 낯설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왜 우리는 미안하다고 여겼는가? 무엇을 잘못한 것이기에 미안했던 것인가?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회를 구성하기도 하고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불완전한 존재가 만든 시스템 역시 불완전함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는 사회나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문제가 발견되면 수시로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표현하면 감시와 비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공동체의 일에 관여한다는 측면에서 명백히 '정치'(행위)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분들을 옆에서 도우면서 느꼈던 것은 가족분들이 '정치'라는 것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 가족분들이 청와대로 행하던 날, 야간에 광화문에서 청운동주민센터로 걸어가면서 수십 번 반복하셨던 말씀이 있었다. 바로 "우리는 시위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히 시위를 한 것이지만 '시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 것이었다. 그리고 소위 '유모차 부대'(필자는 이 단어를 지극히 싫어한다) 어머니에게 법률적 조언을 드리면서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이분들은 집회신고를 마치고 적법한 집회와 시위를 하면서도 불법집회를 한다고 오해를 살까 집회신고서를 복사하여 팻말에 붙이고 다니셨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도 자신들은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정치적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이기를 두려워한 것이다. 기존 정치세력이 사익을 추구하면서도 국익을 내세우는 혐오스러운 모습,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는 편협한 모습, 특정 사상적 방향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 이루어지면서 생긴 공포 등이 이런 두려움과 거부감의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와 시스템의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이 있어야 한다. 이는 분명 정치적 행위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치적 행위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이 만연해 있다. 사회적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오히려 두려움과 거부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상태라면 어떤 제도와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불완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불완전한 제도와 시스템이 감시되지 않으면 재난이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설사 재난과 같은 파국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재난과 같은 파국을 막고 사회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도 정치에 대한 불필요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없어져야 한다.

정치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치적 활동에 대한 편향된 시각들과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를 탈정치화하려는 시도들과도 다투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종북', '빨갱이', '불순분자', '상습시위꾼', '배후세력' 등 정치적 행위에 대해 막연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들과의 싸움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 글 처음에 제기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40대 이상의 남성이 느꼈던 미안함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참사가 생겼다는 자괴감 아닌가 한다. 즉 "내가 만약 잘못된 시스템에 대해 적절히 감시하고 비판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때늦은 후회일 것이다. 이런 후회와 미안함을 두 번 다시 느끼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 그리고 아이들이 불행한 삶을 살지 않도록 하려면 할 일을 해야 한다. 비판과 감시라는 정치의 복원을 이루어내야 한다. 공동체의 일에 적극 관여하려 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도 정치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가지게 하려는 세력과도 싸워야 한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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