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DJ는 지역주의의 화신"

'훈수정치' 맹비난…"계보정치의 망령"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 통합을 촉구하고 제1야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 김혁규 의원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을 잇달아 만난 자리에서 강경한 어조로 '통합'을 주문한 데 대한 비판이다.
  
  "DJ는 지역주의의 '화신'"
  
  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만하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지역주의의 피해자로 자처했던 분인데 지역주의를 공공연히 조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초연하고 통 큰 자세로 국민통합에 기여해 주길 진심으로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김 전 대통령은) 지휘봉을 스스로 잡으려 하고 있다"면서 "청산돼야 할 계보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 지역갈등의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타개돼야 할 대상"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목포에 가서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훈수를 두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최근 발언에 대해 국민은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범여권 주자들도 큰일을 하겠다면 국민을 봐야 한다"면서 "이합집산에 몸을 맡긴다든지, 전직 대통령 집 앞에 기웃거리며 도장을 받으려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김 전 대통령의 '태상왕' 노릇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낡은 3김정치와 지역주의의 부활이 우려된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의 피해자가 아니라 지역주의의 화신이다. 언제까지 호남지역 주민들을 볼모로 삼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호남 민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면서 "여권 대선주자들에게 호남지역은 안중에 없다. DJ의 재가만 있으면 호남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DJ가 호남인가. 민주주의 20년인 지금도 'DJ가 곧 호남'이라면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조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 정치에 영향을 주기 위해 '훈수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은 국민들이 보기에 썩 좋지 않을 것 같다"면서 "원로로서 자제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