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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단일정당 안되면 연합체라도 구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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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단일정당 안되면 연합체라도 구성해야"

"누구 한 사람이 리드하거나 사생결단해서라도…"

범여권의 대통합 시간표가 촉박해지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 정치'도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단일 정당을 구성하거나 안 되면 연합체라도 구성해야 한다. 둘 다 안 되면 대선은 하나마나 한 일이 될 것"이라고 범여권의 통합을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상황을 돌파하려면 누구 한 사람이 정국을 리드하거나 사생결단해서라도 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관심은 여권이 단일화를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좌충우돌하며 시간만 보내"

김 전 대통령은 26일 동교동 자택을 예방한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맞은 자리에서 "(범여권이) 내부에서 좌충우돌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면서 "지금 초조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나중에는 체념하거나 외면하는 국민들이 생긴다.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결단하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배석한 김현미 의원이 27일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대선 전에 양당체제를 구축하거나 안 되면 후보단일화를 통해 최소한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어느 때보다 직접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김현미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평소 화법에 비해 매우 분명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은퇴한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은 아니다"면서도 거듭 "시간이 없다"고 재촉했다.

또한 정 전 의장이 "적어도 6월말이나 7월초에는 당이 만들어져야 중앙선관위에 국민경선을 위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운을 띄우자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후보들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는데 이쪽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국민 접촉이 안 되고 있는 게 문제"라며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기다려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독주체제와 관련해 "그것은 쏠림이라고 볼 만한 것이 아니다"며 "상대가 없이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지난해 말 북한 핵실험 직후 자신이 난처한 처지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전방위적인 강연과 언론 인터뷰 활동을 했던 일을 회고하며 "정치인은 자기가 생각하는 바나 국민들에게 옳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사생결단을 해야 한다"고 정 전 의장에게 고언했다.

"호남은 지역주의 초월"

김 전 대통령은 한편 "지난 10년은 과거 독재세력 때문에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은 10년이고, 외환위기 상황에서 경제를 되살린 10년이며, 잃어버린 남북관계 30년을 되살린 10년 이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까지 아우른 소위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성과를 강조한 것으로, 이에 대한 연장선에서 정권재창출의 필요성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범여권의 통합을 지역주의 회귀의 관점에서 비판한 바 있는 노 대통령과는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지역주의 문제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지난번 대선에서도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았느냐"면서 "특히 전라도 사람들은 나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줬는데, 지역감정이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했겠느냐. 이는 지역주의를 초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한 사람이 지역주의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이 신라, 백제 때부터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림없는 것이고 조상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1963년 윤보선 대통령과의 선거 때 전라도 사람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며 "지역감정은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나와 싸울 때부터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한나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적절"

한편 한나라당은 "DJ가 아무리 훈수를 둬봐야 모래알처럼 흩어진 범여권 주자들이 쉽게 뭉치지 못할 것"이라며 "무망한 권력다툼에 개입하지 않는 사심 없는 국가원로로서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김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는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뒷골목 주먹질에 비유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이같이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전날에도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동교동을 찾는 것은 지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는 것이고, 과거 3김 정치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국민 통합을 얘기하면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데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은 지역주의에 기대 표심을 구걸하는 구태정치에 결코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호남권 민심 얻기에 공을 들이며 가급적 DJ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삼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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