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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위 노동자…"우리도 세월호 승무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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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위 노동자…"우리도 세월호 승무원이 될까"

[노동자가 말하는 '안전'․①] 균열, 맨홀 발견 등은 빙산의 일각

<프레시안>은 27일부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직접 쓴 '시민 안전' 기고를 연재합니다. 철도, 지하철, 가스, 병원, 버스, 공항, 항공, 보육 및 요양시설, 건설, 화물, 화학섬유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 각 사업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안전 문제를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취지입니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연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관련 기사 보기 : "시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가 지키겠습니다") <편집자>

세월호 참사가 있고 보름 정도 지난 때에 서울 청량리역 맞이 방에 자리를 깔고 며칠간 단식 농성을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실종된 분들의 무사 귀환을 눈물로 빌면서, 철도도 위험하니 안전 대책을 세우라고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촉구하는 자리였지요.

단식하는 내내 자꾸만 '세월호 아이들'의 얼굴에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졌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보다 나 자신이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돈벌이의 노예가 된 엄마 아빠들이 이렇게 무력하게 사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고 아이들은 계속 죽어갈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직장은 철도입니다. 철도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고, 오로지 '국민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과 이동'을 위해서만 운영돼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철도 노동자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철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커다란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어쩌면 우리도 곧 '세월호 승무원'들과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우리도 곧 세월호 승무원…철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철도공사는 국민의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과 이동을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할 뿐입니다. 때로는 그것이 국민 안전을 해치는 일이어도 '돈'이 우선이지 '국민 안전'이 우선되지 않습니다.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 1월 6일 열린 비상경영회의 자리에서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해 철도안전법상 지나친 규제 여부 등을 검토하여 합리적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명백히 알고 있듯, 이처럼 '돈벌이'를 위해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국민 안전에 커다란 위험이 됩니다. 더구나 철도는 한 열차당 최대 1300명,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이동하는 교통수단인데 안전법을 뜯어고치라니요.

▲ 경춘선 선로 밑에서 발견된 맨홀. ⓒ철도노조 제공


균열, 맨홀 발견 등은 빙산의 일각

최근 이른바 '철피아'에 대한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는 가운데, 전라선 선로에서 균열이 발견되고, 수백·수천 톤 열차가 달리는 경춘선 선로 밑에선 맨홀이 발견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특히 KTX 차량 정비 분야에선 여러 위험천만한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KTX열차의 브레이크 장치에 필요한 부품들이 신품이 아닌 재고로, 그것도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공급해 온 사실이 적발돼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KTX 산천 대차에 균열과 바퀴의 이상 마모현상이 나타나고 차축의 산화, 제동 디스크의 균열, 감속장치 불량, 테로텍스의 파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아직 밝혀진 사실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지금 철도에선 더 많은 위험이 철길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심장마비로 터널에서 숨진 기관사…1인 승무라면 '대형 사고'

몇 년 전 열차를 운전하던 기관사가 터널 안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일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나마 부기관사가 함께 열차 운행의 책임을 지고 있어서 부기관사가 안전하게 터널을 빠져나와 열차를 다음 역까지 운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철도공사는 인건비를 아끼자고 KTX와 수도권 전철에 이어 전체 열차의 운행을 기관사 혼자서 운전하는 1인 승무 체계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직접 일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이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오히려 1인 승무에 반대해 저항한 직원들을 징계 해고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혼자서 열차를 운전하다가 기관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터널 안에 갇힌 승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구나 길이가 400여 미터에 이르고 열차마다 1300여 명의 승객이 타는 KTX열차의 경우 현재 안전책임자는 단 한 명뿐인데 말입니다.

분당선과 중앙, 경춘선 등의 많은 역에서는 철도에서 사고가 나도 기관사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많은 역이 역사 관리 등 역무와 관련된 업무를 위탁받아 따로 직원을 고용해서 일을 시킵니다. 그런데 이 '업무 분담역' 직원들에게는 열차 사고에 대한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습니다.
분당선의 경우에는 업무 분담역이 연달아 5개 역에 걸쳐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 구간들은 특히 차장이 승무하지 않는 1인 승무 구간이어서 만약 열차 사고가 나면 그 사고를 수습할 권한과 책임은 오로지 기관사에게만 있는 것이지요.

만약 얼마 전 있었던 상왕십리역 사고처럼 기관사가 심하게 다친다면 일이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지하 구간 어디에서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OJT 팀장도 안전 직무 교육받지 않아"

철도공사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직무 교육조차 소홀히 다루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현장 교육을 담당하는 팀장(OJT 팀장)조차 그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아 보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도 다 돈을 아끼자고 벌이는 일일 텐데 자기 업무, 특히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직원들 입장에선 서글프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고 위험을 안은 열차들이 전국 곳곳을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 그 위험은 차량에도 있고 선로 위에도 있고, 열차의 바퀴에, 역 승강장에, 대합실에도 있습니다. 철도사고의 위험은 열차가 다니는 모든 곳, 철길이 닿는 모든 곳에 숨어 있거나 숨겨져 있습니다.

ⓒ철도노조

'돈벌이' 수단 민영화…"재앙을 향해 달리는 열차"

이 모든 일이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철도를 해외 투기자본을 포함한 자본가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 정책입니다.

철도가 민영화되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철도를 운영하는 철도 회사는 요금을 인상하려 할 겁니다. 그러나 요금 인상보다 무서운 일은 철도의 안전 기반이 무너질 거라는 사실입니다.

민간 자본은 돈을 아껴 이윤을 최대로 뽑아내기 위해 철도의 시설과 장비에 '좋은 부품'이 아니라 '싼 부품'을 쓸 겁니다. 또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직원 수를 줄일 겁니다. 점검과 정비는 형식만 남게 되고 실제로는 아예 '안'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철도는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과 이동'을 위한 국민의 교통수단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최대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재앙을 향해 달리는 열차로 우리 곁에 남게 될 겁니다. 정부의 철도 정책과 제도들이 철도 안전과 국민 안전에 해가 된다면 다시 검토해야 옳습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 정책은 국민 안전과 도저히 함께 설 수 없는 정책입니다.

"철도공사, 노사 공동의 힘으로 '안전 철도' 만들어야"

노사 공동의 힘으로 '안전한 철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철도노조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공사에 긴급하게 노사 공동으로 '철도 특별 안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철도안전위원회'를 상설로 두며 그 아래 '규정 제도 개선위원회'와 '현장 안전 점검 위원회'를 두자고 요구했습니다. 당장 노사공동으로 자회사와 외주 업무 분야를 포함하여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자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녕 철도공사 경영진이 철도 안전과 국민안전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노동조합의 요구에 기꺼이 화답해 현장 직원들과 함께 철도 안전을 샅샅이 점검하고 드러난 문제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국민의 다짐이 박근혜 대통령과 철도 경영진들 가슴에도 크게 울려 퍼져서 국민 안전, 철도 안전을 지키는 정책 변화로 드러나고, 철도현장에 하루빨리 실현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세월호 아이들"이 우리 국민 가슴에도 그렇게 오래도록 사무쳐 있길 바랍니다. 언젠가 우리 가슴에 사무쳤던 아이들이 우리 모두의 꿈에 찾아와 "엄마 아빠"에게 환하게 웃어 보이는 날이 오겠지요. 저는 그 날을 어서 빨리 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하루빨리 보기 위해 지금 우린 무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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