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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토건, 그리고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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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토건, 그리고 박정희

[주간 프레시안 뷰] '그저 지금처럼 살' 권리

지난 토요일(6월 13일) 경북 영양에 다녀왔습니다. '장파천 문화제'라고 하는 행사 때문입니다. 장파천은 경북 영양군을 흐르는 작은 하천입니다. 상류는 시냇물 수준이고 하류로 내려와도 수량이 많지 않은 작은 하천입니다. 이곳에 영양댐이 추진되면서 '장파천'이라는 이름이 언론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행사장소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경북 영양은 대한민국의 오지 중에 한 곳입니다. 하루에 5번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4시간 반을 가면 영양읍내에 도착합니다. 영양읍내에서 영양댐이 추진되고 있는 수비면 송하리라는 마을까지 가려면 다시 버스를 타야 합니다. 송하리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에 두 번밖에 다니지 않아서, 부근까지 가는 버스를 일단 탔습니다.

시골버스에는 온통 할머니, 할아버지들 뿐입니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어떤 분은 버스 안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흥겹게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분들이지만, 투표장에서는 무조건 1번을 찍는 분들이 다수입니다. 이번에 영양군수 선거도 그랬습니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영양댐을 추진하면서 온갖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자신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던 건설업체에 각종 특혜를 주는 등 감사원으로부터 숱한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권영택 군수는 이번에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대 후보도 상당히 강력한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215표 차이로 권영택 군수가 3선에 성공했습니다.

'장파천 문화제' 현장에 도착하니, 주민들은 지방선거결과에 실망한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영양군 같은 작은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군수는 '제왕'이나 다름없습니다. 영양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공무원들을 동원해 온갖 전횡을 저질러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군수가 다시 선거에서 승리했으니, 주민들이 실망할 만합니다.

그래도 주민들과 문화제에 참석한 외부시민들이 즐겁게 문화제를 마쳤습니다. 장승도 세우고, 영양댐만은 꼭 막자는 얘기들도 자연스럽게 나눴습니다.

실제로 영양댐은 한번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작년 초에는 환경부조차 타당성이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댐사전검토협의회라는 기구를 만들어서 올해 하반기에 영양댐에 대해 검토를 하겠다고 합니다. 지리산댐(국토교통부는 문정댐이라고 부릅니다만), 달산댐(경북 영덕에 추진 중입니다)도 검토 대상입니다. 이 댐들은 모두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댐건설의 타당성도 의심스럽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십니다. 왜 이렇게 댐건설을 추진할까?

저는 대한민국에서 댐은 토건사업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단히 큰 이권사업입니다. 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댐은 무엇입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소양강댐'을 떠올릴 것입니다.

소양강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입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1호선과 함께 3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소양강댐 입구에 세운 비석은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글씨를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에 현대건설 시공담당 이사로 소양강댐 공사를 지휘했다고 합니다.

▲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소양강댐 외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 댐들이 건설되었습니다. 섬진강댐, 남강댐, 안동댐, 대청댐, 충주댐이 그것들입니다. 그러면서 댐은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경제성장'의 상징인 것처럼 인식되었습니다. 그리고 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댐에 대해 조금만 진실을 파고 들어가면, 다른 사실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양강댐 같은 대표적인 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양강댐이 초래한 수몰, 잦은 안개, 수질악화, 지역주민 불편 등의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댐이 가져오는 편익을 넘어선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이 2003년에 펴낸 '환경을 고려한 다목적댐의 가치 추정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인 연구사례입니다.

한마디로 경제적 타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댐이라고 할 수 있는 소양강댐이 이 정도라면, 다른 댐도 말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형댐 건설은 토건세력만 배를 불리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연구결과를 소개한 <한겨레21>기사를 아래에 붙입니다. 댐의 문제점에 대해 잘 정리된 기사입니다.

(☞ 소양강댐 따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만약 이 연구보고서 원문을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따라 들어가시면 됩니다. 환경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입니다.

(☞ 환경을 고려한 다목적댐의 가치추정에 관한 연구)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댐은 몇 개나 될까요? 위 보고서에서는 댐과 저수지를 합치면 약 1만 8000개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2003년도 연구보고서이니, 그 이후에 더 늘어났겠지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지은 '보'도 사실상 댐이니 정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댐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댐 공화국'이라고 할 만합니다.

대한민국 못지않게 댐을 좋아하는 국가로 인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유명한 문학가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댐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면서 여러 글을 발표했습니다. 그 글들은 '9월이여 오라(<녹색평론>)'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번역되어 소개돼 있습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최고법원이 인도 서부의 나르바다 댐건설을 승인하는 판결을 내리자,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해 법정모독죄로 몰리기도 합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에 3000개의 댐이 건설되었지만, 가뭄과 홍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살던 마을이 물에 잠긴 주민들은 삶 터를 잃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댐건설을 밀어붙입니다. 댐은 인도에서 매우 큰 이권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갖 부패가 댐건설을 둘러싸고 일어납니다.

아룬다티 로이가 지지하려고 했던 인도의 주민들이 바라는 것, 그리고 영양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저 지금처럼 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런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려면, 더 많은 분들이 댐의 진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댐에 대한 뿌리 깊은 환상이 깨어져야 합니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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