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3박4일 동안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전날 귀국한 손 전 지사는 이날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전협정이 평화선언으로, 그리고 평화협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적극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4개국 정상회담 추진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 등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기류이자 남북정상회담의 독자적 추진과 이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평양 분위기, 많이 달라졌더라"
손 전 지사는"오래 전부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지지했고 찬성하는 입장이다. 현 정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북문제는 연속적인 것이다. 이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등) 남북이 당면한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현재의 남북 상황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손 전 지사는 자신의 방북과 관련해 "이번에 대표성을 갖고 간 것은 아니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개인적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다. 정부를 대표하거나 메신저 역할을 하고자 한 것도 아니다"면서 "이는 북한과 우리 정부가 깊이 있게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양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버스나 전차, 자동차 등이 훨씬 많이 움직였다. 평양에서 처음으로 차들이 밀려 있는 것을 봤다"면서 "옷차림이나 얼굴이 작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고, 식량사정도 좋아진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손 전지사는 "이번 방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고 남북 간 경제협력체제를 만들기 위해 상호 협력의지를 확인하고 남북 간 상호신뢰의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측 고위 관계자들도 2.13 합의 이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북 기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그는 "만경대는 통일부에서도 허용하는 관광지"라면서 "떳떳하게 갔다. 참배한 것도 아니고 읍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것으로 쓸데없이 문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남 위원장 면담…"한반도 비핵화 차질 없어야"
손 전 지사는 지난 10일 오전 만수대 의사당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이 진심으로 화해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 상태 해소를 통해 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줘야 한다. 2.13 합의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가 차질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남 위원장은 "남측 동포들이 근심할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 때문에 변함없는 입장이다. 북핵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고립정책에 맞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마련된 자위수단일 뿐"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BDA 문제와 관련해 "합의된 사항대로 움직이는데 미국이 표리부동하게 행동하니 지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탓이 아니라 미국 탓"이라면서도 "2.13 합의는 이행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지 그저 문건으로 채택하기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손 전 지사 측은 전했다.
한편 손 전 지사는 오는 14일 오후 자신의 외곽 지지조직인 '전진코리아' 주최의 강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5.18을 전후해 광주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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