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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우선이냐, '국제공조'가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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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우선이냐, '국제공조'가 먼저냐

여권 분열과도 직결… 복잡한 정치 셈법 얽혀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보다 6자회담이 한 발짝 앞서가야 한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이 '남북관계 우선'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북관계가 국제공조보다 한 발 앞서야 한다'는 주장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김대중 전 대통령(DJ) 측 인사들이 강력하게 제기해 온 것으로, 최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이같은 주장에 동조한 바 있다.
  
  <조선> "남북관계 우선으로 정부 기조 변화 중"
  
  <조선일보>는 9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가 '2·13 합의에 따른 북한 핵시설 폐쇄가 이행되면 남·북관계가 6자 회담보다 한 발짝 앞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을 6자회담 및 평화체제 논의보다 한 발짝 앞서가도록 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13 합의의 초기 이행이 순조로울 경우'를 전제로 "정부가 7, 8월 중 남북정회담 개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는 기존의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설이 나올 때 마다 정부가 고수해 온 입장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기조변화설'도 부인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방침은 6자회담과 남북관계를 병행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정 "한반도 문제는 결국 남북 문제다"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상황이 받쳐주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청와대 역시 수개 월 째 "현재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가능성을 닫아 놓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6자회담 당사국끼리의 공조가 남북정상회담 등보다 우선이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송민순 장관 등 외교부 라인이 이같은 기조를 주도하고 있고 노 대통령도 이 방향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DJ 측은 '국제공조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가 한 발 앞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 기조를 비판해 왔다. 이재정 장관 등 통일부 측이 이같은 DJ 쪽의 입장에 가깝다.
  
  이 장관은 지난 7일 통일교육협의회 주최 통일교육포럼 특강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지만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면서 "한반도 문제는 결국 남북 문제이지 다른 사람이 풀어줄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직 인사 "국제공조 우선 기조에 변한 것 없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한 인사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노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4자회담을 먼저 해서 북핵 문제를 풀고 그 후에 상황이 되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정상회담을 추진하지는 않는다"며 "송민순 장관을 대표로 해서 다자정상회담을 밀어붙이고 있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의 의중에 정통한 다른 인사들의 주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프레시안> 기자를 만난 대통령직속 위원회 위원장 출신의 한 교수는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보다는 남·북·미·러 4자 정상회담 쪽에 관심이 더 많다"고 전했다.
  
  또한 외교안보라인의 현직 고위 인사도 "국제공조가 남북관계보다 반 발짝 앞서 나가야 한다는 정부 기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단언했다.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
  
  이처럼 정부 움직임에 정통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국제공조를 우선시하는 정부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앞서 '노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인사는 "이같은 기조 변화(4자 정상회담 우선 입장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으로의 변화, 또는 6자회담 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 하는 쪽으로의 변화) 논란은 정치적 입장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이 인사는 "과거 같으면 전쟁이냐 평화냐는 북풍이 쟁점이 됐겠지만, 지금은 한나라당까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려고 하는 등 오히려 남북관계를 누가 선점하느냐의 구도로 돼버렸다"고 설명하며 한 대선주자 진영을 지목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 주장은 그 쪽 캠프에서 나온 이야기 같은데 향후 대선정국에서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기 위해 포석을 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해법'과 'DJ해법'의 간극이 지닌 의미
  
  청와대 역시 이같은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DJ측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관심을 끈다.
  
  열린우리당 탈당파는 물론 대통령과 날로 대립각을 높이고 있는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은 물론 우리당 잔류 의원들의 상당수도 "대북송금 특검부터 현 정부가 잘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분이 DJ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전통적 지지 세력을 먼저 결집해야 한다"는 DJ측의 핵심기조와 "호남 충청 연합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 사이의 간극과도 연결된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이 됐든, 남·북·미·러 4자 정상회담이 됐든 간에 BDA 문제가 먼저 해결되고 2.13 합의 사항이 이행돼야 현실화 될 수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범 여권의 분별정립, 중장기적으로는 대선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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