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좀처럼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강대강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강재섭 대표의 대표직과 국회의원직을 건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서로 공을 떠넘기며 양보 내지 타협을 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양보는 없다…저 쪽에서 들어올 것"
이 전 시장은 13일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처음에 (중재안을 수용함으로써) 공을 저 쪽(박근혜 전 대표)으로 넘겼다. 저 쪽에서 들어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캠프 내부에서 양보하자는 기류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1일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이 당사에 몰려와 유리창을 부수는 등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선 "당원들이 왜 당사를 때려 부수나. 힘을 아껴야 한다. 기물을 파손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강 대표의 최후통첩을 이 전 시장 쪽의 '대승적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상임전국위원회가 열리는 15일 전에 이 전 시장이 지지율 1위답게 화해의 제스추어를 취함으로써 파국적 결론을 피해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박형준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이명박 양보론'은 일부 언론이 의도를 갖고 퍼트리는 것"이라면서 "캠프 내에서 양보를 말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중재안의 기본 골격은 비율로 여론조사 수를 정하자는 것인데, 이는 박 전 대표 측의 입장을 그대로 존중한 것"이라면서 "중재안을 수용한 사람에게 무엇을 더 양보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승적 차원에서 박 전 대표가 중재안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측 "독자 안은 없다…무리한 욕심 거둬야"
박 전 대표 측의 입장도 요지부동이다. 박 전 대표는 삼성동 자택에 칩거하며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측근들은 '원칙'과 '명분'을 강조하며 이 전 시장의 양보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압박했다.
이혜훈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박 전 대표 본인이 그 동안 밝혀 온 것이 있지 않느냐. 우리는 그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이명박 전 시장이 입장을 바꿔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수정안을 갖고 중재안과 전국위에서 표 대결에 나설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두 개의 안이 상정된다는 것 자체가 당이 깨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현 특보도 "지지율이 높은 사람이 무리한 욕심으로 자신에게 더욱 유리하도록 해 달라고 조르는 상황 아니냐"며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문제를 일으킨 쪽에서 문제의 발단을 거둬들이면 되는 것"이라고 이 전 시장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15일 상임전국위 개최도 불투명
강재섭 중재안의 백지화 여부 및 강 대표의 거취가 달린 상임전국위의 개최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
김학원 전국위 의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일단 상임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이지만 그때까지 양 측의 합의가 없으면 회의 진행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했으나, '합의되지 않은 안건은 상정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에선 한 치의 변화가 없었다.
상임 전국위가 무산되거나 소집돼도 중재안이 상정, 처리되지 못할 경우 강 대표는 공언한대로 대표직과 국회의원직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 대표는 지난 11일 자택에서 일부 기자들을 만나 "선장뿐만 아니라 해양업 자체를 그만 두겠다는 것이다. 그만두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사퇴카드가 엄포용이 아님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이런 상태면 정권 교체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면서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어린이들이 룰을 정해도 이렇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러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임 전국위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주말과 휴일을 거치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한나라당이 남은 시간에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낼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공은 강 대표의 손을 떠났지만 박근혜, 이명박 진영의 완충지대 없는 정면충돌 국면은 여전히 비관적인 쪽으로 기울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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