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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5개월 수입으로 총리자리 거래하나?

[편집국에서] 허수아비 총리의 탄생 과정

청렴강직한 안대희?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는 다시 청렴해졌을까? 26일 그의 기자회견을 보며 든 생각이다.

수입이 문제가 됐다. 5개월에 16억. 하루에 1000만 원씩 번 꼴이다. 아무리 대법관 출신 변호사라지만 보통사람들 입 벌어지게 하는 액수다. '전관예우'는 어려운 말인데, 삼척동자도 그 위세를 깨닫게 할 만큼 실감나는 사례다. 지금까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숫하게 벌어졌어도 이렇게 큰 액수는 처음이다. 요즘말로 이런 '법피아(법조계+마피아)'가 또 없다.

상식을 뛰어넘는 수입에 그도 일단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했다. 그런데 사족을 붙였다. "저의 소득은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해석컨대, '좀 많기는 하지만 잘 나가는 엘리트 법조인으로서 그 정도 수입이 크게 책잡힐 일은 아니'라는 뜻이겠다. "늘어난 재산 11억 여 원도 사회에 모두 환원하기로 했다"는 말은, '그럼에도 굳이 문제가 된다면 내놓겠다'는 얘기 같다.

논리의 집대성인 법의 언어를 한평생 뼛속까지 익혔을 그가 이런 비약을 할 줄은 기자회견 전까지 예상 못했다. 사람들이 궁금한 건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벌어들인 별천지 노동의 비밀이다. 국세청 산하 기구인 세무조사감독위원장 재직 시절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을 맡은 도덕적 해이도 경위가 궁금하다.

강직하다고 소문난 그의 성품답게, 이 모든 의혹에 에두름 없이 설명하고 정중히 이해를 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번 돈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동문서답만 하고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은 채 회견을 끝냈다. 전관예우 논란을 지우고 '11억 사회 환원'만 대중들의 기억에 새기려는 듯이.

5개월분 수입으로 국민들과 총리 자리를 거래하려는 듯한 지저분한 뒷맛이 남는다. 세월호 관련 3억 원을 기부한 시점도 '안대희' 이름 석 자가 후임 총리 하마평에 오른 뒤에 한 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정치 기부'라는 야당의 비판이 과하지 않아 보인다. 대법관을 퇴임할 즈음 "명예와 부를 함께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청렴한 안대희'는 실체 없는 허상이었다.

안대희 총리 내정자와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용꿈 꾸는 안대희?

느닷없는 '11억 사회 환원' 선언이 목표하는 바는 논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시기가 그렇다. 지방선거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위기에 몰렸고 그는 현 시점에서 구원 투수다. 그가 총리에 내정된 뒤 여권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기미가 엿보였다. '박근혜의 눈물'과 더불어 '안대희 효과'가 여권의 지방선거 돌파 전략이다. 그의 사회 환원 선언은 이런 선거 전략에 순응한 결과다. 빠르고 능동적으로 취한 정치적 제스츄어다.

그는 생각보다 변신에 능하다. 대법관에서 물러난 지 불과 48일 만에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일에 뛰어들었다. "대법관은 모든 공직의 마지막"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새카맣게 잊은 듯이 그랬다.

선거 도중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영입에 반대해 박 대통령과 갈등한 일은 비리 정치인에게 비타협적인 그의 성격을 대표하는 사례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뇌물 수수 혐의로 사법 처리된 전력이 있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과거는 묻지 않아 이중 잣대라는 당 내부의 역공을 받았다. 오히려 한광옥 영입 반대가 실제는 자신의 정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그의 정치 욕심이 좀 더 큰 게 아니냐는 얘기가 그때부터 나왔다.

그가 총리 지명을 받아들인 까닭도 그런 맥락의 해석들이 많다. 유명한 법조인으로서의 대중적 인기에 국무총리라는 행정 경험을 겸비하면 단숨에 대권후보 반열에 오른다. 박 대통령의 그늘에 가린 기존의 새누리당 대권후보들과 달리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총리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이회창 모델이다. 어지간히 다급하지 않았다면, 박 대통령이 껄끄러운 안대희 총리 카드를 빼들지 않았을 거란 뒷말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그의 용꿈은 초장부터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단언컨대, 책임 총리는 적어도 이 정부에선 없다. 지독하게 권력 분할을 싫어하는 만기친람 대통령이기에 그러하다. 노회한 김기춘 비서실장을 남겨둔 것도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시사한다.

이회창 전 총리처럼 대통령과 '맞짱'을 뜬다고? 안 내정자는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심기를 건드리면 숨은 자식까지 찾아내 찍어내고야 마는 정권이라는 것을. '안대희 계보'를 잇던 강직한 후배 검사 채동욱, 윤석열이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를. 그럼에도 그가 비정상적으로 권력을 운용하는 대통령에게 '진언'을 한다면 환영할 일이겠지만, 어쩐지 느낌은 또 한 명의 헛꿈 꾸는 '허수아비 총리'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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