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거짓말"…KBS 노조, 보도본부장과 통화 폭로

"사장 선임 원죄는 이사회에…28일 반드시 해임제청안 가결해야"

'보도 개입' 논란으로 5일째 제작 파행을 빚고 있는 한국방송공사(KBS) 구성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길 사장의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죄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KBS 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KBS 기자협회, KBS PD협회, KBS 경영협회, KBS 기술인협회, KBS 촬영감독 협회 등은 23일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KBS 사태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장기화되는 이유는 청와대 책임이 크다"며 청와대의 용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KBS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일체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라"며 "이런 조치가 선행되면 '대통령만 보고 가는' 길 사장이 사퇴 의사를 굳히는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홍원 전 총리가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을 두고 '단순 협조 요청'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 총리는 지난 21일 세월호 참사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사기를 올려달라는 취지로 요청을 했다고 알고 있다" 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협조 요청은 맞지만 보도 개입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백용규 KBS 노조위원장은 "KBS 사장은 이사회가 제청해서 이사회 여대 야. 7대 4 구도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라며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사장, 보도국장에게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하면 이게 어떻게 들리겠나. 이게 '협조'라고 볼 수 있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결국 이사회 해임제청안 의결이 사태 해결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조 위원장들은 "길 사장 선임에 원죄가 있는 이사회에서 반드사 해임제청안을 가결해 사태를 조기 해결하기 바란다"며 "길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거나 해임제청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KBS 노조와 KBS 본부는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오는 28일 회의에서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 가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3일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KBS 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기자협회, PD협회 등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KBS 길환영 사장의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서어리)

"'뉴스 안 나와도 된다' 말한 적 없다던 길환영, 거짓말"

KBS 본부 측은 이 자리에서 길 사장이 뉴스를 멈춰서라도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을 증명하는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지난 16일, 임창건 당시 보도본부장은 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뉴스가 멈출 수도 있다는 말에 길 사장이 '이런 상황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길 사장은 21일 담화문 발표에서 "'뉴스가 안 나와도 된다'는 말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했고, KBS 본부는 길 사장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반박한 것. KBS 본부는 그 증거로 16일 당시 임 전 보도본부장과 함철 KBS 본부 부위원장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함 부위원장이 공개한 통화 전문에 보면, 임 전 보도본부장은 길 사장에게 "이건 상당히 시어리어스(심각)한 상황이다. 절대로 가볍게 보지 말고, 연임은 안 된다"고 말했고, 길 사장은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자기 길 사장이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말을 바꾸었고, 임 전 보도본부장은 "제작 거부에 들어가면 막을 조직도, 명분도 없다. 사장의 결단만 남은 것 같다"고 설득에 나섰다. 이에 길 사장이 "뉴스가 멈추는 거냐"고 물었고, 임 전 보도본부장이 그렇다고 밝히자, 길 사장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함 부위원장은 이같은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김시곤 전 보도국장 폭로 이후 가지고 다니던 사직서를 즉시 비서실에 던져 두고 사장실을 나왔다고 그 당시 상황을 저에게 전화로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사장이 극구 부인했던 '뉴스가 멈춰도 감수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고 극구 부인했던 것을 뒤집는 정황 증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