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25 재보선 전망에 먹구름이 한층 짙어진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벌써부터 '책임론' 공방이 시작됐다.
특히 양측이 공식 선거전 초반부터 심혈을 기울여온 대전 서을의 선거판세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24일까지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신경전은 더욱 가열됐다. 대선을 겨냥해 공을 들인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측 "李 지지율 거품 아니야?"
한나라당의 촉각이 곤두선 대전 서을에선 당 자체분석에서도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가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조바심을 낼 만한 판세다. 지난 5.31 재보선 당시 "대전은요" 한마디에 판을 뒤집었던 뒷심이 이번에는 발휘되지 못할 경우 '박풍(朴風) 신화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화살을 이명박 전 시장 쪽으로 돌렸다.
박 전 대표 측의 이혜훈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전 시장 측은 지지율이 50%가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견고한 지지율의 정치인이 (재보선 지역을) 쓸고 다녔는데 선거는 막상 어렵다. 그렇다면 그 지지율이 거품이거나, 선거지원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대전 판세와 관련해 이 의원은 "대전지역이 넘어가게 되면 박 전 대표 측에 더 큰 타격이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도 "대전 재보선의 경우에는 당 대 당, 세력 대 세력이라기보다는 심대평 후보와 이재선 후보 간의 인물대결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에 뒤집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도 "이 전 시장이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 경북 봉화 지원유세를 갔을 때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 재보선이 아니라 흡사 대선 유세장 같았다"면서 "이는 봉화에서 이 전 시장이 밀었던 후보가 공천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명박 측 "합동유세 피한 게 누군데"
반면 이 전 시장을 지원하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대전지역 합동유세 제안을 피한 쪽이 누군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느냐"면서 "한 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받아쳤다.
이는 한나라당이 지난 19일 대전지역에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공동유세를 지원했다가 박 전 대표 측이 "공동유세는 정당연설회나 합동연설을 폐지하자는 선거법 개혁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해 무산됐던 일을 들춰낸 것.
정 의원은 "박 전 대표 측은 '재보선 불패신화의 공을 나누지 않겠다'며 합동유세도 못하겠다고 했었다"면서 "사실 '불패신화'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효과의 측면이 컸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 반사효과의 의미가 희석되면서 '불패신화'가 하나의 착시현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대전의 상황은 '약한 후보'로는 안 된다는 반증이다. 하물며 대선에서 20% 지지율의 후보를 내세우면 되겠느냐"고 시선을 대선으로 옮겨 '박근혜 불가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흔들'…'불패신화' 깨지나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의 근거지인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비상등이 켜지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선 이 전 시장도 후폭풍을 피해가기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선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인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를 약간 앞서 있다는 분석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왔다. 경기 가평과 양평에서도 무소속 후보와 박빙의 승부가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 전 시장이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4일 대전을 찾은 뒤 곧이어 서울 양천구로 이동해 마지막 재보선 지원유세 일정을 소화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표도 막판 지원유세 사흘을 대전에 '올인'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지난 5.31 지방선거 도중 지충호 씨의 피습사건을 언급하며 "테러를 당했어도 대전을 가장 먼저 찾았다"면서 막판 표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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