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헌안 발의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로 임채정 국회의장을 예방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관련 국회 연설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문 비서실장은 "개헌안을 발의하면 그 취지를 밝히는 시간을 할애해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을 하도록 해 주십사 부탁하러 왔다"면서 "발의시점과 가까운 날에 연설일정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임 의장은 "국회에서 대통령이 입장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라면서도 "각 당의 입장차이가 있고, 국회도 운영의 특성이 있다. 잘 설명하고 논의하겠다.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상임전국회의에서 "임기 말 한미 FTA 국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나 개헌 등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해서도 "연설을 하지 말고 서면으로 제출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은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독점하며 개헌에 관한 일방적인 주장을 많이 했다"면서 "국회에 와서 정치적, 정략적 연설을 하지 말고 문서로 (개헌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편 문 비서실장은 예방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정상 17일 국무회의에 개헌안이 상정되고, 통과가 되면 관보에 개제하는 방식으로 발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서두른다면 다음 날(18일)에도 관보게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관련해 문 비서실장은 "아직 한나라당의 당론을 알 수 없어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좀 더 지켜보겠다"며 "상황을 봐서 각 당도 만나겠다. 임기응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대통령이 FTA 때문에 걱정 많이 하셨을 텐데 건강은 어떠시냐"고 안부를 물었고, 이에 문 실장은 "좋다. 이제 보완책만 잘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임 의장이 "한미 FTA를 역사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합심해야 고비를 넘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그러한 취지를 살려 잘 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덕담을 건네자 문 실장은 "정부도 노력하겠지만 국회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국회 차원의 협조를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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