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형성됐던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및 보수언론 간의 '대연정'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당초 예정대로 다음 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4일 밝히고 나섰기 때문.
그러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5일자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를 포기할 것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모처럼 조성된 FTA 무드를 활용해 '먹고 사는 문제'에만 전념하라"는 게 이들 보수신문의 요구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 3일자 사설에서 "한미FTA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서는 개헌도 과감히 포기하라"고 일찌감치 입장을 내놓았었다. (관련기사 : 盧-한나라 'FTA 연대' 하루만에 '적신호'?)
<조선> "지금 개헌은 아닌 밤에 홍두깨"
<조선일보>는 이날 "국민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설에서 "지금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면 아닌 밤에 홍두깨가 따로 없다. 그 전에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리도 없다"고 개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선>은 한미 FTA 타결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가까이 올라간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국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옳게 결단했는데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거듭 한미 FTA 타결을 강행한 노 대통령을 칭찬했다.
<조선>은 "국민은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보일 때 지지한다"면서 "대통령이 정치적 손해를 각오하고 자기 편으로부터 비난 뭇매를 맞으면서도 국민이 먹고 살 길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한미 FTA 후 노 대통령 지지도 상승에 대해 여권 탈당파 대변인은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한 것이 긍정적 작용을 했다'면서 국정 전념 기조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 바람도 똑같다"면서 "지금 국민은 노 대통령이 한미 FTA 때처럼 다시 한 번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 먹고 사는 일에 전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개헌안 발의를 포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중앙> "국정운영 프로그램 전면 수정해야"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제목에서부터 "노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재고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앙>은 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은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을 결단해야 한다. 자신이 왜 그동안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 작금의 지지율 상승이 무얼 뜻하는지, 대통령의 리더십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뭘 해야 하는지 반성과 숙고를 해야 한다. 그런 후에 국정운영 프로그램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운영 프로그램의 전면 수정'은 개헌안 발의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북정상회담의 포기를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중앙>은 이어 "노 대통령은 코앞에 닥친 개헌안 발의를 대승적으로 철회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한미 FTA를 밀 때와 같이 국민의 여망과 순리를 따르라"고 당부했다.
<중앙>은 "대통령은 모처럼 조성된 FTA 무드를 잘 활용해 비준 대책과 후속 정책을 강구하고 연금개혁 같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또다시 '갈등의 대통령' '오기의 대통령'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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