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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파동 벌이던 언론ㆍ정부, 진짜 안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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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파동 벌이던 언론ㆍ정부, 진짜 안보는?

[주간 프레시안 뷰] 세월호 참사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참으로 비통하고 황망합니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17일 오전 11시 현재, 탑승객 475명 가운데 구조자는 179명에 불과하고 사망자 9명, 실종자는 287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온 국민이 '제발, 제발' 하는 심정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동시에 후진국에서나 벌어질 법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을 두고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저는 이 지면에 '북한 무인기 파동'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측 국방부의 중간조사결과와 북측 국방위원회의 반박을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모으다가 뉴스 속보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에 들려온 소식은 안도의 숨을 쉬게 했습니다. "경기교육청 대책반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진도 사고 여객선 완전 침몰, 승객은 전원 탈출한 듯"이라는 제하의 속보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상황은 돌변했습니다. 사망자 소식이 속속 보도되고, 실종자 수도 300명에 육박한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초기 상황을 오판한 것이었습니다. 안전행정부는 "민간어선에서 구조한 인원이 중복 계산됐다"는 해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런 떠넘기기로 정부의 책임마저 무마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상황을 정확히 알았다면, 재난 구조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오전에 투입된 잠수 인력은 20명에 불과했고, 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야 17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해군 구난함도 제때 도착하지 못해 탐색구조 활동에 근본적인 제약도 있었습니다. 파릇파릇한 10대의 소중한 목숨들이 수심 아래로 가라앉고 나서야, 대규모 구조 작전에 나선 정부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저는 이번 사고를 보면서, 또 3주째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무인기 파동'을 보면서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라는 중국 고사가 떠올랐습니다. 이 고사는 진시황이 진(秦)나라를 망하게 할 자가 호(胡=오랑캐)라는 예언을 듣고서 변방을 막으려 만리장성을 쌓았지만, 정작 진나라를 망한 자는 오랑캐가 아니라 그의 자식인 호해(胡亥)였다는 뜻입니다. 외부의 위협에만 주목하다가 내부의 문제 해결을 소홀히 하면 망국(亡國)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로 자주 거론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보수언론과 종편은 장난감 수준의 무인기 3대에 마치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무인기가 자폭용으로 사용되면', '무인기에 생화학무기가 장착되면', '무인기에 핵탄두가 장착되면', '무인기가 울진 원자력 발전소를 공격하면' 등등 온갖 괴담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보수언론이 주도한 강경 여론몰이와 괴담으로 군 당국도 초기에 보였던 신중한 자세에서 돌변했습니다. 정황 증거만으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기습'이나 '새로운 위협'이니 하는 말이 최고 국방당국자의 입을 통해 서슴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선 북한 무인기를 잡기 위해 휴전선 일대에 저고도 레이더망을 깔고 타격 체계도 갖추겠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오랑캐를 막겠다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어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과 그 아들의 어리석음이 떠오릅니다. 

더구나 '무인기 파동'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국정원이 깊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남재준 원장을 구하기 위해 군을 제물로 삼아 무인기 파동의 방향을 바꾸고 침소봉대를 주도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진짜안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전체가 무인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실체는 다른 곳으로부터 오고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인천시장 예비후보자이자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은 장관 시절인 올해 2월 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이전 정권에서는 해마다 10명 이상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50년 만에 그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 사흘 만에 경주 리조트가 붕괴해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여객선 참사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던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겸양지덕(謙讓之德)이 자화자찬(自畵自讚)에 자리를 내줄 때, 인재(人災)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법입니다.

안보는 '안전 보장'의 줄임말입니다. 안보의 기본은 국민들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뜻을 놓고 보면, 안보에 정신이 팔려 안전은 등한시한 정부는 안보의 기본도 제대로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가 무인기 파동에 쏟은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재난 예방과 대비에 쏟았다면', 또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본연의 임무라는 확고한 의식이 있었다면' 하는 분노 어린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천재(天災)든, 인재(人災)든 재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재난을 막고 재난 발생 시 신속히 수습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재원과 인력이 제한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한된 재원과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분배하느냐는 '국가통치(statecraft)'의 핵심에 해당합니다. 국가 자원 분배에 바탕을 둔 하드웨어와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국방부 장관부터 일반 사병까지 애민(愛民)사상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갖출 때 재난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설사 발생했다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출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안보가 기초로 삼아야 할 안전이 소홀히 다뤄지고, 안보마저 정권과 특정 조직, 그리고 개인의 이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국가안보와 국민안전도 공허한 정치적 수사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모쪼록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고 유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면서 이번 주 글을 마무리합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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