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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교섭 속도 붙는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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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교섭 속도 붙는다…왜?

[박점규의 동행]<28>불법 덮어주기 vs. 정규직 전환 물꼬 트기

장종남(40) 씨는 2002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들어와 1공장에서 13년째 엑센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로 여러 부서와 하청업체를 옮겨 다니다 지금은 의장부에서 엑센트의 뒷좌석을 장착하는 일을 합니다.

그는 2006년 결혼해 북구 호계동에 24평짜리 낡은 아파트를 싸게 장만했습니다. 아파트가 오래 되어 겨울에는 너무 춥고, 말썽을 자주 일으켜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파트는 지금 현대자동차에 의해 압류되어 있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간주된다는 판결이 나왔고, 그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는 그해 11월 동료들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현대차 정규직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그는 노동조합이 뭔지도 잘 모르는 평범한 조합원이었지만 대법원 판결을 믿고 11월 15일부터 시작된 25일 간의 파업에 참여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노조 지도부에 대해 110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파업이 계속되자 12월 6일 평조합원 323명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배소송을 냈습니다.

아파트를 압류당해 이사를 못 가는 노동자

이상화(41) 씨는 현대자동차 울산 시트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합니다. 2006년 이 공장에 들어와 산타페에 들어가는 시트를 조립,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도 2010년 겨울 25일 간의 1공장 점거 파업에 참여했고 3개월 정직을 당한 후 시트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7세 두 아이의 아빠인 그의 월급은 150만 원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그의 월급을 압류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파트 압류는 피했습니다. 아내 이름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월급과 통장 압류는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네 식구가 150만 원으로 고달프게 한 달을 버티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 힘들어 대출을 받았더니 이자를 갚는 것도 힘겹습니다. 그는 두 달 동안 휴직을 하고 고향인 울릉도에 가서 편찮으신 부친을 도와 고로쇠 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월급을 압류 당했기 때문에 부모님께 생계비를 받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고자들의 생활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2010년 파업을 이유로 2011년 2~3월 114명이 해고된 지 만 3년이 지났습니다. 동료들이 월급에서 돈을 떼어 보태주고 있지만, 70~80만 원의 돈으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하루하루가 위태롭습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월급을 압류당해 네 식구가 150만 원으로 살아가는 노동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합법' 파업을 할 수 없습니다.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비정규직회는 2010년 6월 10일부터 현대자동차 원청에 교섭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한 차례도 교섭에 나오지 않았고 노조는 7월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7월 16일 "현대자동차(주)는 사내하청노동자와 직접근로계약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므로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2010년 3월 25일 대법원이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상의 제 이익에 실질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 내지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2007년 4월 5일 대구고등법원이 "원청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소한 원청업체에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결했지만 노동위원회는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 6일 뒤인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려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노동자와 직접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임을 확인시켜줬습니다.

하지만 중노위의 행정지도를 근거로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액으로 236억3000만 원을 청구했으며, 통장과 월급, 부동산을 압류한 것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습니다.

대법원 판결 무시하는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지도

장종남과 이상화는 검찰과 법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10년 이상 회사의 전 조직과 인력을 동원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불법을 저질러 온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사용자들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인정받은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298일 동안 철탑 농성을 벌이고,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달려오면서 불법파견 문제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대검찰청 공안부는 9월 13일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울산지검에서 수사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를 넘겨 4개월이 지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검찰을 현대차의 '꼬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1606명이 2010년 11월 법원에 현대차의 정규직임을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으나 3년 5개월이 지나도록 1심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변론을 끝내고 2월 13일과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41부(부장판사 정창근)와 42부(부장판사 이건배)에서 예정되었던 선고는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4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정규직 소송보다 늦게 시작된 손해배상 재판은 벌써 1심 판결이 빠르게 이뤄져 12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이 청구되고 월급 통장이 압류되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정규직 소송은 이렇게 하염없이 늦어져 절망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의 직무유기, 법원의 늑장판결

그런데 최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정규직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에 대한 신규채용을 강행했던 현대차가 불법파견 교섭을 하자고 매달리면서 교섭이 재개됐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 아산, 전주지회는 3월 27일 "교섭이 재개되면 해고자 복직, 신규채용 중단, 손배가압류 집행 중단에 대해 우선적으로 논의하겠다는 회사의 입장을 교섭 전에 공식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교섭 재개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며 교섭파행의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음을 밝히고 3지회는 교섭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4월 9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사내하청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내 특별협의가 재개되기를 바라며, 특별협의 재개시 3가지 안건에 대한 우선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10개월 동안 중단되었던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4월 10일 재개되었고, 15일과 16일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실무교섭이 잇따라 열리게 되었습니다.

10개월 만에 재개된 불법파견 특별교섭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신규채용을 강행하던 회사가 갑자기 교섭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현대차는 지난 9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사내하청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내 특별협의가 재개되기를 바라며, 특별협의 재개시 3가지 안건에 대한 우선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로 시작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을 거쳐 다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형식의 지배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지분 5.17%를 가지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50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있습니다.

기아차 지분 1.74%만 보유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이 50% 수준의 증여세를 내지 않고, 상속을 통한 권력 세습이라는 비판을 피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6%를 취득해야 합니다.

최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 이노션 보유 지분 40%를 매각해 5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으로 2대 주주에 올라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31.88%라는 최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경영권 세습의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현대차그룹의 일감을 80% 이상 받아서 떼돈을 벌고 있는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등 비상장 계열사들의 내부 거래를 이용해 손쉽게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대차가 노사합의를 통해 최대 규모의 정규직화를 실시하고 불법파견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벗어던진다면 경영권 승계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됩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교섭에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이유가 아닐까요?

현대차의 경영권 세습과 불법파견

현대차 비정규직 1606명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재판도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서울중앙지법 41, 42부는 이미 변론을 종결했기 때문에 재판이 무한정 길어질 수는 없습니다. 1309명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41부는 5월 22일 프리젠테이션을 마지막으로 종결하고 차기 재판에서 선고할 예정입니다.

회사가 교섭 재개를 이유로 선고 연기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금속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체불 임금 산정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7월에는 선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대법원 판결, 엔진 서버 공정도 불법파견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중노위 판정을 종합해 볼 때 최소한 의장, 도장, 차체, 프레스 등 의장라인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이 인정될 수밖에 없고, 최소한 1000명 이상은 정규직 판결을 받게 됩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에 대한 불법파견 소송 결과, 현대차는 또다시 불법파견 문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검찰이 '쌩 까고' 있지만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결과가 나오게 되면 현대차를 기소하라는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적인 경영권 세습도 쉽지 않게 됩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교섭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정규직 판결이 미칠 파장

현대차는 법원의 선고가 예정된 6~7월 이전에 교섭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입니다. 본 안건 논의의 선결 조건인 △사내하청 해고자 복직 △신규채용 중단 △손배가압류 집행 중단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풀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규채용은 불법파견 교섭이 진행될 때에는 늘 중단해 왔습니다. 150여명의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는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해고자 114명은 우선 복직시키고, 이전 해고자에 대해서는 본 안건을 논의하면서 함께 해결하자는 안을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손해배상 가압류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는 '노란봉투' 모금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손배 가압류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을 중단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회사는 236억3000만 원이라는 손해배상 청구액 중에서 1심 판결이 나온 122억 원에 대한 가집행을 중단하면서 본교섭 안건을 논의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집행 중단 가능성

핵심은 본교섭입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불법파견은 대법원 판결을 받은 최병승 조합원 한 명 뿐이고, 2016년 상반기까지 3,5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2,038명을 채용했기 때문에 1,462명이 남았습니다. 이는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조합원 숫자와 비슷합니다. 회사는 지금까지 조합원 전원 정규직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의장라인과 장기근속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해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에게 유리한 방식의 신규채용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와 법원 판결이 미칠 파장을 고려해 빠르게 교섭을 통해 타결하겠다면 조합원 전원 정규직 전환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근속과 체불임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노리는 것은 바로 공정재배치입니다. 교섭에서 공정재배치에 대해 노사합의가 이루어지면 불법파견 공정과 합법도급 공정을 분리시켜 불법파견의 시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내하청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합법도급이라고 판정한 핵심적인 이유는 노사가 공정재배치를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지금 촉탁계약직이라는 이름의 초단기 기간제 노동자들을 3300명이나 사용하고 있는데, 합법화된 하청업체 운영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현대차, 공정재배치 노사합의로 합법도급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생산하도급 전원 정규직 전환 △고소, 고발, 징계, 해고, 손배, 가압류 등을 즉각 철회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을 바로잡기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온 조합원들이 존중되어야 하고, 신규채용이 아니라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내하청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말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전국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제조업을 넘어 공공부문과 서비스 영역까지 전 산업으로 확대된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싸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합법도급을 인정하느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의 물꼬를 트느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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