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도 총선, 세계 최대 민주선거의 명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도 총선, 세계 최대 민주선거의 명암

[주간 프레시안 뷰] 유사 대처리즘 '모디노믹스' 성공할까?

수천 년 지속된 신분계급과 극심한 빈부격차, 종교 분쟁으로 악명 높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세계 최대 민주선거 쇼'로 불리는 인도 총선이 4월 7일 6주간의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인구 12억 명의 인도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새로 투표권을 가진 젊은 유권자만 5년 사이에 1억5000만 명이 늘어 총 유권자만, 8억 명이 넘습니다.

인도 총선은 선거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투표가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번 총선도 5월 12일까지 투표가 진행되고, 5월 16일 일제히 개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유권자가 너무 많아 투표소에는 전자투표기를 설치해서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개표 결과는 신속하게 집계됩니다.

인도의 선거가 민주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투표권만큼은 헌법으로 잘 보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 헌법에는 유권자 거주지 반경 2km 이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넒은 땅에 흩어져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가기 어려워 투표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유권자 거주지 근처에 투표소를 설치합니다.

인도 동북부 트리푸라와 아삼 주 일부 마을부터 시작된 투표 결과 투표율이 80%가 넘을 정도로 이번 총선은 유난히 유권자 참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려는 열기가 강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5년 전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60%를 넘지 못한 것을 보면 이번 총선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 4월 7일부터 시작된 인도 총선은 5월 12일까지 진행되며 개표는 5월 16일 이뤄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왕자와 거지의 대결'로 불리는 양강 구도

이처럼 높은 투표 열기 속에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인도에는 수백 개의 정당이 있지만, 모두 지역정당이고 전국정당은 두 개밖에 없습니다. 현재 집권연정세력의 중심인 국민회의당과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당 뿐이죠. 그런데 5년 전 총선을 보면 두 정당의 득표율을 합해봤자 50%가 안 될 정도로 민심이 분열돼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을 중심으로 한 연합세력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의회 543석 중 과반수(272석)를 이루려면 총선 후 연정을 구성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쨌든 국민회의당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민심은 야당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집권세력이 각종 경제성장과 복지 공약을 내걸었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할 만큼 실망감이 컸습니다. 부패 척결을 내세웠지만, 국제투명성 기구가 매긴 순위에서 인도가 최하위권에 속할 정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집권당 후보인 라훌 간디 국민회의당 부총재와 야당의 나렌드라 모디 후보의 대결에서 모디 후보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1970년생인 라훌 간디는 이름에서 보듯 인도의 사실상 왕조라고 불리는 네루·간디 가문의 적자입니다. 할머니가 인디라 간디죠. 하지만 라흘 간디는 이번 선거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네루·간디 가문의 적자로 40대의 젊은 나이,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후보의 배경만 보면 라흘 간디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만합니다. 하지만 인도 정치사에서 네루·간디 가문의 후광이 아무리 강해도 세상이 많이 달라진 모양입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두 자릿수에서 최근 2년 동안 5%로 뚝 떨어졌습니다. 서민들에게 약속한 복지정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습니다. 집권세력의 부패만 심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왕조급 혈통'도 힘을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반면, 1950년생인 야당 후보 모디는 인도 서부에 있는 한반도 크기의 구자라트 주 주지사로서 지난 10여 년간 지역 경제호황을 이끈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모디는 인도의 악명 높은 카스트 계급 중에서 최하층에 속하는 출신입니다. 온 가족이 행상을 하면서 입에 풀칠해 온 집안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 인물로 꼽힙니다. 그래서 카스트 최하위 계층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수드라와 카스트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을 합하면 75%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입니다.

문제는 만일 이번 총선을 통해 모디가 차기 총리가 될 경우 인도라는 국가 전체를 이끌 집권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입니다. 주지사로서 경제 분야에서는 업적을 냈다고 하지만, 매우 친기업적이고 부패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국제자본은 모디의 경제정책을 '모디노믹스'로 부르면서 기대를 하고 있다는데요. 역시 모디노믹스가 분배·복지보다 경제성장과 친기업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인도 전체의 경제성장을 다시 자극하려면, 모디노믹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외국 자본들의 시각이라고 합니다. 모디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요즘 인도의 화폐 루피화의 가치가 오르는 등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라고 합니다. 서구 언론들은 모디노믹스를 '대처리즘'과 유사하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민주주의, 유지되는 것이 기적?

하지만 인도의 민주주의가 "민주적으로 결정되는 기득권층의 권력유지와 부패 시스템"이라는 회의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도는 인구의 30% 정도가 문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당의 이름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글자를 못 읽어도 투표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정당의 상징물을 그림으로 표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드라와 불가촉천민들의 투표 성향은 집단주의적으로 표출된다고 합니다. 이념이나 정책을 따져보고 투표권을 행사한다기보다는 선거 이후 어떤 이득을 주기로 약속했느냐에 따라 표심이 좌우된다는 것이죠. 집권하려면, 이들의 표를 사실상 매수하는 정책을 내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리한 약속을 하고 집권하면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또한 민심이 분열돼 누가 집권하든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다 보니 민주주의가 원래 비효율적인 제도이지만, 인도의 민주주의는 참기 힘든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혹평도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인도에 민주주의 제도가 시행된 60여 년의 역사에서 한 번도 군사쿠데타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비효율적이라고 해도 총칼에 의한 독재정권이 들어서지 않았고, '민주적인 독재'라는 파시스트 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부패와 비효율·차별로 얼룩져 있지만 인도처럼 종교와 민족·언어·계급 등이 복잡한 거대한 나라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이렇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이죠.

차기 총리로 유력한 모디 후보와 인도국민당의 득세 과정도 인도 민주주의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힌두 우파 민족주의 조직인 RSS(민족애국단체의 의미) 출신인 그는 1980년 RSS가 출범시킨 인도국민당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았습니다. 모디는 2001년부터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주지사를 세 번 연임하는 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나, 극우 힌두 민족주의자의 본색도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특히 모디는 2002년 구자라트에서 벌어진 무슬림 주민 학살 사건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무슬림의 열차 방화사건으로 힌두 주민 59명이 사망한 사건 직후 힌두 근본주의자들이 최소한 1200명의 무슬림 주민들을 학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무디 후보가 주지사로서 이 사태를 방조하거나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국민당이 득세하게 된 과정도 80%가 힌두교 신자인 국민을 종교적으로 자극시킨 측면이 강합니다. 1984년 인디라 간디가 시크교도에 의해 살해된 것을 계기로 그 해 총선에 처음 참여한 인도국민당은 당시 545석 중 불과 2석을 얻을 정도로 미미한 정당이었습니다.

종교근본주의의 득세

인도국민당은 국민회의당의 세속주의와 혈통주의의 아성을 깨기 위해 종교근본주의를 내세운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 동부의 도시로 힌두교의 7대 성지로 꼽히는 아요디야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아요디야는 힌두교의 3대 신(우주 창조의 라흐마, 파괴의 시바, 유지의 비슈누)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비슈누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 10가지 화신 중 '이상적인 지도자'로 꼽히는 라마의 탄생지입니다.

힌두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아요디야에 있는 이슬람 사원 바브리 마스지드가 16세기에 무굴 제국을 세운 황제 바바르가 라마 사원을 파괴하고 세운 것이라는 이야기를 퍼뜨리며 인도국민당이 앞장설 것을 요구하고, 인도국민당은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형식으로 세를 키웠습니다. 종교근본주의 돌풍은 국민회의당이 내분에 빠지는 동안 더욱 거세지면서 1989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은 전체 의석 545석 중 91석, 1991년에는 119석을 차지하는 비약적 성장을 거두고,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서 승리하면서 주 정부를 구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992년 집권 국민회의당이 힌두교 진영을 의식해 소극적인 저지에 나서는 동안, 인도국민당이 장악한 주 정부의 비호 속에 이슬람 사원은 힌두 극우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슬림과의 충돌이 격렬하게 일어났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거의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사태로 사망했습니다.

아요디야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도국민당은 힌두 극우민족주의의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했습니다. 1996년 총선에서 161석을 차지하면서 제1당의 지위로 연립정부를 잠시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연립정부가 붕괴돼 집권은 13일 만에 끝났지만, 1998년 총선에서 인도국민당은 182석을 차지하여 다시 제1당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고, 99년 총선에서도 집권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아요디야 사태로 세속주의적 질서가 무너진 후유증은 컸습니다. 이슬람의 보복테러가 끊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아요디야 사태 바로 이듬해인 1993년 3월 경제 수도로 불리는 뭄바이에서 동시다발적인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나 순식간에 257명이 사망하고, 140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2005년 10월 수도 뉴델리에서도 폭탄 테러가 일어나 55명이 죽었고, 2006년 3월 힌두교 최고 성지로 꼽히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도시 바라나시에서 연쇄 폭탄테로 23명이 살해됐습니다. 2006년 7월 뭄바이에서 또다시 대규모 연쇄 테러가 발생해 190명이나 사망했습니다. 그 후에도 지금까지 인도에서 테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인도국민당이 발표한 공약집에는 무슬림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요디야에 라마 숭배를 위한 사원을 짓는 방안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모디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힌두 민족주의 강화를 두 축으로 내세우며, 직접 공약들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무슬림 주민들이 파키스탄으로 독립할 때 극소수 힌두 지배층이 인도 귀속을 결정한 잠무카슈미르(인도령 카슈미르)에 자치를 부여한 헌법 370조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입니다. 잠무카슈미르는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으로 인도령으로 남았으나 그동안 자치권이나마 인정받았는데, 이를 철회하겠다는 것입니다.

인도에서 무슬림은 소수민족이라고 해도 인도 인구의 13.4%(약 1억4000만 명)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디가 집권하면 힌두-무슬림 분열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국민당은 핵무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인도는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공인하는 핵보유 5개국에 포함되진 않지만, 1974년과 1998년 두 차례 핵실험 후 핵 보유국임을 선언해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등과 함께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인도는 2003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대규모 재래식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독트린'을 발표했는데,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이죠. 파키스탄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공약입니다. 모디 후보가 차기 총리가 될 경우 국제사회에 '핵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파키스탄과 함께 이 지역의 핵문제도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