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에 치러질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점차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투표율도 그다지 높지 않을 것입니다. 그간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에 있었던 1회 지방선거 68.4%를 제외하고는 모두 40~50%대에 머물렀습니다. 1998년에는 52.7%, 2002년에는 48.9%, 2006년에는 51.6%, 2010년에는 54.5%를 기록했던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투표일인 6월 4일(수요일)은 임시공휴일입니다. 6월 6일(금요일)은 현충일입니다. 6월 5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전문가들 중 혹자는 사전선거제의 실시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2010년 지방선거 때보다도 더 떨어지지 않겠냐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투표일 전후로 연휴가 있으면,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가거나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휴일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다고 해도 그러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고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비루한' 삶이 역설적으로 이러 저러한 비용이 든다고 해도 나들이와 여행을 삶의 필수 항목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결국 자본의 이윤증식을 위한 회로를 맴도는 것에 불과하다 해도, 휴일을 이용해 일시적이나마 '탈주'를 감행하지 않으면 삶을 연명하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적은 비용이라고 해도 지불 능력을 갖추고 있는 계층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바로 이들이 선거경쟁의 향방을 결정합니다. 대체적으로 40~50대 연령층의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수도권 거주 유권자들입니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무당파'로 일컬어지는 혹은 선거 때마다 업적과 미래 전망을 중심에 놓고 지지 정당을 바꾸기도 하는 이들입니다. 보수 혹은 진보로 굳어져 있는 유권자들(정당일체감이 높은 이들)을 제외하면 이들은 대한민국 유권자 중 대략 20~30% 사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옳든 그르든 혹은 맞든 틀리든 혹은 좋든 나쁘든, 매우 '합리적이고 전략적'입니다. 그래서 매우 까다로운 이들입니다. 정글 같은 삶의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실인지를 감각적으로 포착해내는 이들입니다. 한마디로 '까칠한 이들'입니다.
이런저런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확인하는 것이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유권자 편성구조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형색입니다. 더 많은 유권자가 보수 성향의 유권자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수 정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 까칠한 이들의 마음을 사야 합니다. 진보 정당을 포함한 야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열세에 있기 때문에 보수 정당보다 더욱더 까칠한 이들의 지지를 얻어내야만 합니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51% 대 문재인 48%의 득표율,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60%를 넘어선 지지율의 지속은 어떤 이유에서든 까칠한 이들의 지지를 보수가 더 많이 얻어낸 것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지금,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중 누가 그 까칠한 이들의 마음을 더 사고 있을까요? 지지율만 두고 볼 때, 새정치연합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전격적인 통합선언 이후 반짝 올랐다가 한 달 사이 점차 떨어져 새누리당과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입니다. 통합 선언 직후 새누리당과의 격차를 9% 안팎의 한 자리 수대로 줄였으나, 3월 중순을 넘어서면서는 다시금 새누리당에 15% 가까이 뒤처져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를 봐도 새누리당은 42%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28%밖에 안 나오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에 앞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잘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에 비해서도 거의 20%가 낮습니다. 즉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결코 높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새정치연합에 비해서만 높을 따름입니다. 이는 잘 하고 있는 게 없는 새누리당에 비해서도 새정치연합이 너무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잘 하는 게 없는 무능한 여당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역전의 가능성'을 지닌 유능한 야당의 부재.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이유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역전의 드라마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어느 누가 관심을 갖겠냐는 것입니다. 결과가 뻔한 승부를 누가 관심을 갖고 쳐다보겠습니까. 특히 명분과 실리를 요리조리 살피면서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까칠한 이들의 경우, 관심을 가질 턱이 없습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일단 관심을 끌어내야 합니다. 마음을 줄지 안 줄지 판단의 기회를 먼저 제공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은 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애를 쓰고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써야 합니다. 기초단위 무공천 문제로는 안 됩니다. 왜 그 문제를 갖고 그리 난리법석인지 이해하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요. 유권자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문제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까요? 기초단위 무공천 문제로 '약속을 지키는 정치 vs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의 구도 형성이 가능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더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기초단위 무공천 약속을 어쩔 수 없이 폐기했다는 말과 사과가 훨씬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반면에 새정치연합은 떼쓰고 있는 것 같아 보이고요. 심지어 기초단위 무공천을 홀로 실시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수용치 않으면 우리도 폐기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도 깔끔하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리더십도 문제지만, 좋은 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한 '좋은 팔로우십(followship)'도 보여주고 있지 못한 것이 현재의 새정치연합입니다. 새정치연합을 보면 '일, 참 어렵게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새정치연합을 보고 있으면, 억지로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압박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 vs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만 정치는 '생물'입니다. 약속은 지키기도, 어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약속을 지키고 어기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선거판을 좌우하는 까칠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문제를 갖고 약속 운운하면서 구도를 짜려고 하니, 그것이 잘 될 턱이 있겠습니까.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지금의 야당이 보일 수 있는 정치는 '저 정도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냥 저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의 야당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연명하기 힘든 사람들, 하루하루 연명해가기 위해선 온갖 '지혜'를 다 짜내며 고군분투해야 하는 사람들과 호흡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에만 매달리는 '거짓 명분의 정치'말입니다.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짜놓은 구도 속에서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그릇된 가정에 매달리는 '성찰을 결여한 어리석은 정치'말입니다.
유권자들, 특히 그들 중 까칠한 이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의미한 선거가 될지 아닐지, 자신의 명분과 실리를 충족시킬 선택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이들의 관심을 사야 투표율이 오르고, 투표율이 올라야 지금의 정치적 지형을 뒤바꿀 역전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힘써서 할 일은 구도의 설정이 아닙니다. 여론주도와 전파 역량마저 보유하고 있는 까칠한 이들의 관심을 끌고, 마음을 사기 위한 의제와 정책을 제시하면서 우리를 선택하면 그것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삶에 숨길을 열어줄 수 있는, 당장의 혹은 중장기적인 비전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약속은 그때서야 비로소 중요해집니다. 약속 잘 지키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약속 안 지키는 남 욕하는 것 보았습니까. 그저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바라는 바를 약속하고, 이렇든 저렇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그래야 마음을 살 수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야권은 누군가에 대한 미움을 키우려 하기보다, 자신에 대한 호의적인 마음을 사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구도가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정치에서 승패의 결정은 상대방이 아니라 유권자가 한다는 사실, 다시 새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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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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