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0일 오전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데 주인의식이라는 점에선 분명히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지만 내가 모든 것을 다 갖겠다, 모든 영광을 갖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생방송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불쏘시개가 되라면 불쏘시개가 될 수 있고, 치어리더가 되라면 치어리더가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로운 정치'된다면 구여권과 함께 할 수도
특히 손 전 지사는 궁극적으로 구(舊)여권과 뭉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그런 것을 부정하거나 문을 닫아 놓을 필요는 없다"면서 "미래 지향적이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정치공간을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중요한 전제는 그것이 새로운 정치가 되느냐 아니냐"라며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같이 결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내가 표방하는 것이 미래, 평화, 통합"이라며 "지역적인 분열, 이념적인 분열을 통합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전문가 집단들,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세력, 통합의 정치를 추구하는 여러 정치세력들이 사회에 상당히 많다고 본다"고 자신의 지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박원순 변호사 등에 대해 "사회를 개방적, 미래 지향적으로 보고 무엇보다도 생명과 환경을 중시하고 우리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중시하는 분들"이라며 "이 분들은 우리나라의 아주 귀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 분들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인사들"이라면서 "정치라는 것이 직접 참여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흐름에 동조하고 뒷받침해 주는 분들도 광의의 새로운 정치세력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 수구꼴통 냉전세력"
손 전 지사는 한편 한나라당에 대해 "그동안 한나라당이 수구꼴통이 돼선 안 된다, 냉전세력이 되선 안 된다, 구시대적인 권위주의 정치에 매몰돼서 안 된다는 것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면서 "한나라당에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이 안에서 이것을 바꿀 수가 없다고 하는 절망감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줄 세우기를 하지 않으면 공천을 갖고 의원 개개인에게 은근히 또는 직접적으로 위협과 협박을 가했다"면서 "소장개혁 세력들을 그렇게 몰고 간, 그렇게 만든 한나라당의 분위기와 한나라당 지도층의 자세가 더 큰 문제다. 있는 사실을 말로 가린다고 가려지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탈당을 한 것은 나를 버리고 죽겠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를 한번 만들어보겠다, 거기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각오"라고 밝히 뒤, 자신의 탈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여론에 대해선 "오늘 아침 신문은 '배신' 등으로 도배를 했다"면서 "그런 것을 다 알고 감수를 하겠지만 죽어서 새로 시작하자는 각오로 나온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손 전 지사는 탈당 기자회견 후 첫 공식일정으로 이날 오전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고 본격적인 독자행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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