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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쇼크' 어디까지 갈까?

한나라 타격 불가피…구여권 '메시아' 될까?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4년간 몸담았던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청산했다. 그가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난다"고 결의를 밝혔지만, 스스로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표현했듯이 적지 않은 험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손 전 지사가 탈당 후에도 유의미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정치권 전반의 대선구도 재조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의 탈당으로 한나라당 집권 대세론의 기운이 꺾일지, 당분간 제3지대의 독자생존 방침을 밝힌 손 전 지사가 최종적으로 구(舊)여권과 한 배를 탈지 등이 최대 관전 포인트.

손학규 빠진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은 박근혜-이명박-손학규가 참여하는 '흥행의 트라이앵글'에 일정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명박, 박근혜 등 두 선두주자에 한참을 못 미치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손 전 지사는 그동안 보수 일색의 한나라당 경선구도에 톡톡한 '양념' 노릇을 해왔다. 그가 당의 보수화를 비판하며 주장한 햇볕정책 계승론이나 당 혁신 요구는 원희룡 등 소장파 주자들의 목소리와는 주목도가 달랐다.

이에 따라 손 전 지사가 빠진 한나라당의 대선 구도는 단순히 그가 얻고 있는 지지율 5~10%를 덜어내면 그만인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손학규'라는 존재에는 한나라당을 '합리적 보수'로 비쳐지도록 한 상징적 의미가 내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한나라당의 대선 경쟁은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 기득권 주자들 간의 이전투구로 비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손 전 지사의 탈당선언 직후 구(舊)여권을 비롯한 정치권 제 세력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나라당을 '냉전수구당'이라고 낙인찍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해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손 전 지사가 빠져나가면서 박근혜, 이명박 등 보수를 대표하는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만 남게 됐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포용하는 이념적 범위가 좁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이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대안을 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도세력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손 전 지사가 나간 한나라당은 이제 새로운 그림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탈당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고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흥행의 최대화 조건이었던 삼각구도가 붕괴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향은 받겠지만 전체 대선구도에서 이명박, 박근혜가 이끌고 있는 대세론은 상당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이미 대권 구조가 세력 대 세력 간의 전선이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 주자들 간의 경쟁으로 들어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상대세력인 구여권이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는 이상 구도 자체가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이냐 미풍이냐

손 전 지사의 탈당이 정치권 전반의 대선구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당장 열린우리당 등 구(舊)여권과 이 범주에 속한 대선주자들 상당수는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지지부진한 정계개편, 대선후보 기근에 허덕이던 구여권으로선 손 전 지사의 탈당이 정계개편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정치권 밖에서도 평가는 비슷하다. 강원택 교수는 "반한나라당 진영에선 결집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이 5% 이하인 사람들만 존재하다가 처음으로 그 이상이 되는 후보가 등장했기 때문에 반한나라당 세력의 이합집산이나 결집에 영향을 미칠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손 전 지사가 당분간 관계가 돈독한 전진코리아 등과의 연대를 통해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 등 독자 행보를 보이겠지만, 최종적으로는 구여권과 한 배를 타지 않겠느냐는 장기적 전망에서 나온 풀이다.

고원 연구원은 "손 전 지사가 당장 여권하고 결합하면 한나라당 내에서 어쩔 수 없으니 뛰쳐나온 것이 아니냐는 네거티브에 휘말릴 수밖에 없어 당분간은 제3지대에 머물기로 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손학규 탈당'의 파괴력은 그가 한나라당을 떠나서도 대선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구여권의 러브콜도 이와 정비례 관계를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 연구원은 "한나라당이 향후 네거티브 공격을 할 텐데 이를 극복하느냐와 구여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흐름이 어떻게 쏠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 전 지사가 만약 바람몰이에 성공해 뜬다면 구여권과의 통합 등이 탄력을 붙일 수 있겠지만 구여권 내에서 조직화된 기득권 파워도 없고, 독자적인 지지기반도 없는 그가 이런 상황을 주체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손 전 지사와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전진코리아'도 그의 정치적 도약을 위한 조직적 기반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의 독자 생존을 뒷받침할 만한 주변 여건도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돌팔매도 감수하겠다"며 띄운 손 전 지사의 정치적 도박이 그 자신의 개인적 전망은 물론이고 대권구도 전반에 미칠 파장은 단기간 승부로 가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간에 마의 10%를 돌파해 '탈당 효과'를 낸다면 구여권은 그를 중심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여론이 그의 탈당을 이인제 의원이 앞서 걸어간 경선 불복에 버금가는 배신으로 규정한다면 그는 정치적 험로를 피해갈 수 없게 된다.

대선을 꼭 270일 앞두고 던진 그의 승부수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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