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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수령' 책임 물은 북한 인권 보고서,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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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수령' 책임 물은 북한 인권 보고서, 실효성은?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유엔 북한 인권 실태 보고서의 한계

COI 북한인권보고서, 북한인권실태에 관한 결정판

2월 17일 제네바에서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특별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북한인권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북한과 중국의 입국 거부로 조사요원들은 북한 현지에 들어가 조사를 할 수 없었다. 대신 80여 명의 탈북자와 전문가의 증언, 위성자료 등을 기초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과정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70여 쪽의 보고서는 내용 면에서 북한 인권실태에 관한 한 종합판급 보고서였다. 식량권 유린,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침해, 고문과 비인도적 처우, 임의적 체포와 구금, 기본적인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조직적인 거부와 침해 등의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이동의 자유 침해, 강제 실종 등 모두 9개 분야에 걸쳐 조사된 내용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보고서는 인권침해 실상에 대한 증거와 더불어 그 원인과 책임 소재, 그리고 인권개선을 위한 권고까지 담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요구가 충분히 반영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주민의 인권침해와 관련해 ‘할 말’이 다 담긴 보고서, 또는 ‘속이 후련한’ 보고서였다. 앞으로 유엔 인권위원회는 이번에 발표된 COI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COI의 권고사항이 다 담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3월 말에 채택될 예정인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것이 될 것이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17일(현지시각)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에 반인도적 범죄 관련 책임을 물어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인권유린 책임자로 지정, 형사처벌도 주문

예전의 북한인권결의안과 비교해서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을 북한의 3대 ‘수령’(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물었다는 점이다. 그 권위와 지위에 관한 한 절대적인 존재인 ‘수령’들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김정은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까지 규정했다.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안보리가 기존의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엔이 임시로 설치하는 특별재판소(ad hoc tribunal)에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를 회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들에 대한 추가 제재도 권고하고 있다.

둘째, 북한 주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북한당국이 반인도 범죄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북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유엔정상회의 결의와 2006년 안보리 재확인을 거쳐 국제규범으로 확립된 R2P는 특정국가가 반인도 범죄나 집단 학살, 인종청소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선다는 원칙이다.

셋째, 중국과 주변 국가에 대해서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지킬 것을 권고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북·중 국경을 넘는 북한주민의 강제송환이 ‘반인도적 범죄 지원과 방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행위는 이들을 고문과 처형에 직면시킴으로써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돕거나 사주하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물은 셈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언급,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북한은 인권을 이렇게 설명한다.

“인권은 하늘이 주는 행운도 아니고 더욱이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가 주는 선사도 아니다. 전정한 의미에서 인권은 외세의 압력과 훈시에 의한 것이 아닌 각자의 나라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에서 누려야 할 권리를 법적·제도적·물질적으로 보장할 때 실현된다.”

북한의 대다수 일반주민들은 유엔이 이번에 북한인권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안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를 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에 반응할 것이다. 일단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밖에서 제기하는 것 같은 그런 인권문제는 북한에는 없다고 ‘부인’할 것이다. 아니면 보고서 자체를 무시하면서 ‘침묵’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는 예전의 북한인권결의안보다 ‘한 술 더 떠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수령’을 북한인권 침해의 책임자로 지목하고,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정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북한으로서는 목숨으로 옹위하는 ‘최고 존엄’에 대한 훼손 행위 앞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강력 반발하면서 오히려 역공을 취할 수도 있다.

실제로 COI 보고서가 발표되던 당일, 제네바 주재 북한 유엔대표부는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COI가 제시한 증거들을 부인하고, 북한인권 실태조사는 ‘인권보호’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는 북한체제 전복 전략의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보고서 발표 직후 유엔 대표부 차원의 성명까지 낸 걸로 보아 3월 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고, 그 결과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시작되면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1997년 8월 21일 유엔이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최초로 채택했을 때. 북한은 4일 후인 8월 25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 규약)’ 탈퇴를 선언했다. 당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우려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식량지원을 촉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런 결의안은 인권문제를 정치화하는 책동이라고 반발했었다. 1997년 8월 탈퇴를 선언했던 북한이 1999년 말 자발적으로 유엔에 인권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제인권규약에 복귀를 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나중에 다시 복귀할지라도, 북한은 이번에도 국제인권규약 등에서 탈퇴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특히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엔결의안에 공식 포함되고 그런 방향의 움직임이 일어나면 북한의 반응은 아주 거칠어질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 제재나 압박에 대해서 내성(耐性)이 강한 나라다. 막무가내로 버티면 이길 재간이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하물며 강제성이 없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버티기로 나가면 종합판급 북한인권보고서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3월 말 채택될 북한인권결의안도 힘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 지난 1월 1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인권 보고서의 실효성?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고서를 수없이 만들어도, 결의안을 수백 개 채택해도, 북한에는 무용지물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이번 보고서도 꿰어야 할 구슬은 많은데 그 구슬들을 꿰어 나갈 줄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이번 보고서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권고하고 북한과의 교류도 주문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보고서의 핵심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북한의 협조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풀어나가려면 ‘헬싱키 프로세스’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동유럽체제를 변화시키고 인권상황도 개선시킨 경험이 있는 유럽연합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 대 초,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해나가면서 북한과 정치 대화, 인권 대화를 했다. 북핵문제로 유럽연합이 미국의 대북압박에 동참할 때까지, 유럽연합은 북한과의 접촉과 대화를 통해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도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다. 유엔도 COI도 이런 역사적 선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엔이 이번 보고서에서도 잠깐 언급하고 있는 대북접촉과 교류, 지원의 비중을 높이고 이걸 레버리지로 삼아서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해나가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COI의 북한인권보고서를 참고하되 3월 말 채택될 북한인권결의안에는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해, 실용적인 해결책도 담긴 포괄적 내용이 포함되었으면 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압박보다는 대화, 비난보다는 접촉이 가능한 인센티브를 들고 나온다면 북한도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김정은이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김정은이 경제건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필요가 어느 정도 충족된다면 북한 인권개선의 물꼬도 틀 수 있을 것이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외부세계의 강한 제재와 압박은 결과적으로 북한주민만 더 힘들게 만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도 강제보다는 설득, 채찍보다는 당근을 통해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 부담을 갖도록 하고, 이 부담이 작은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도 권고했다. 남북 간, 그리고 국제사회와 북한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인권상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식량난 해결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유치를 위해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조할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그 자리에서 ‘인권’문제도 자연스럽게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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