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보수성향의 <동아일보>와 각을 세웠다. 손 전 지사는 12일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던 것으로 갑작스런 옹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햇볕정책을 계승론'에 대해 <동아일보>가 10일 자 사설에서 "(손 전 지사가) 일방적 퍼주기나 다름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소신이 바뀐 것인지, 정치적 계산 탓인지 혼란스럽다"고 비판한 데 따른 것.
이 신문은 "여론의 지지도가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는 안간힘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면서 "지금 여권 일각에서 손 씨에게 영입 손짓을 하고 있다. 그의 최근 행보는 '정치적 변신'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자신의 홈페이지 올린 '동아일보 김학준 발행인에게'라는 공개편지에서 "귀 신문의 지난 10일자 사설은 나의 진의를 왜곡하고 발언의 취지를 폄훼하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똑같이 핵실험 하는 게 상호주의인가?"
손 전 지사의 햇볕정책 계승론이 논란이 된 이유는 한나라당 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제안이기도 하거니와 손 전 지사가 지난해 북한 핵실험 직후 쏟아낸 강경발언과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
지난 해 10월 손 전 지사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외교적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고 정부는 국제사회 제재 방침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남북협력은 전면 동결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제기했었다.
자신의 달라진 태도와 관련해 손 전 지사는 12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럼 핵실험을 했는데 전하고 똑같은 얘기를 해야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며 "(햇볕정책과 상호주의를) 딱 두부 모 가르듯 가르는 것이 유효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예를 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 어떻게 똑같이 나가겠는가"라며 "그것은 한나라당 내에서 소위 수구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분들이 얘기하는 상호주의"라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는 "핵실험을 했으면 분명하게 매를 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핵 폐기 절차에 북한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이런 상황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 당론이라는 게 뭔가. 그러면 대북지원을 안 하고 대북 경제협력 안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한나라당이 냉전세력, 수구세력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선진화 세력, 평화세력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여권 영입설'과 관련해 그는 "지역과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통합 후보로서의 손학규에 대한 평가가 아니겠는가"라면서도 "나를 대리해 경선준비위원회에 나가 있는 의원도 있는데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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