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햇볕 계승론', 한나라 논란 분분

"여당과 똑같은 주장" vs "기본 방향은 옳아"

손학규 전 지사가 밝힌 '햇볕정책 계승론'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 목소리로 대북 강경분위기를 주도해 왔던 보수파 의원들은 고강도 공세를 편 반면 일부 소장파들은 손 전 지사의 발언에 찬동 의사를 나타냈다.
  
  공성진 "포인트는 빗나갔지만…비판할 일 아냐"
  
  공성진 의원은 9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대북 유화책은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도입된 북방정책의 연장"이라며 "손 전 지사의 발언이 한나라당이 마치 햇볕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 의원은 "무턱대고 손 전 지사를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아쉬운 것은 손 전 지사가 포인트를 조금 잘못 잡아서 한나라당이 강조해 온 '투명성과 실효성 확보'라는 측면을 부각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김용갑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은 북한의 핵 개발 이후 햇볕정책을 실패했다고 당론으로 정했는데, 대선 후보가 열린우리당 정책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으니 한나라당 후보로서 적합한지 모르겠다"며 "손 전 지사가 완전히 여당과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데, 혹시 요즘 여당에서 후보로 거론되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손 전 지사가 국회 통외통위 등 현장에서 현실을 직접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며 "당의 좋은 후보인 만큼 자신의 주장을 당론과 비교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소장파 "햇볕정책, 기본방향은 옳다"
  
  보수파의 비판에 대해 손학규 전 지사도 재반박에 나섰다. 손 전 지사는 9일 "북한을 고립화하고 압박한다고 해서 북한 정권이 망한다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북을 끌어안고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북한 사회를 외부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 <이슈와 사람>에 출연해 "장기적인 (북한) 경제재건 계획을 세워 지원하는데, 우리가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그 공간을 다른 나라가 차지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에는) 권위주의, 편가르기, 줄세우기, 좌우이념 색깔론까지 있다"며 "끊임없는 자기혁신, 자기개혁 없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중도보수'를 자임해 온 일부 의원들도 손 전 지사의 '햇볕정책 옹호론'에 손을 들었다.
  
  원희룡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김명주 의원은 "당이 북한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당론을 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손 전 지사는 햇볕정책을 '퍼주기'의 형태가 아닌, 개입과 교류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발전시키자는 말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정부의 햇볕정책은 포용이 아니라 대북 종속정책이었다는 점을 손 전 지사가 지적한 것 같다"며 "햇볕정책의 전체적 기조 자체를 반대해선 안 되고 한국이 주체가 돼 북한을 적극 변화시키는 '진짜 포용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햇볕정책의 기본방향이 잘못되지는 않았으나 풀어가는 방법이 잘못됐다"면서 "손 전 지사도 그런 시각에서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