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차별화' 의도가 엿보이지만,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사태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같은 흐름이 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 강경 일변도로 흘러온 한나라당 대북정책의 '유턴'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나라, 강경론으로만 가면 고립된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사회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남북통일의 기반을 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정파에 관계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 포기 수순을 밟는다면 대북 지원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의 수준을 넘어서 북한의 경제적 재건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북한 핵실험 직후 금강산 관광 중단,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를 주장했던 점에 대해선 "핵실험 이후에는 매를 들어야 했지만 북한이 핵 포기 절차로 들어갈 경우에는 사탕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전제로 동북아 개발은행 설립, 국제 금융기구 가입 허용, 경제제재 해제 등을 '사탕'의 사례로 들었다.
손 전 지사는 또한 "한나라당도 햇볕정책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만 보일 게 아니라 계승할 것은 계승, 발전시켜 수권정당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금처럼 대북강경론 일변도로만 나아갈 경우 주변국들이 6자회담 타결 이후 급격하게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로 나아가게 되면 자칫 우리 한나라당만 고립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일시적인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철학과 소신에 의한 발언"이라며 "냉전에 기초한 대북인식은 국제적으로 고아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자발적 개방을 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상호주의이며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우리가 능동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대북포용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최근 이명박 시장이 발표한 이른바 'MB 독트린'을 겨냥하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또한 이명박, 박근혜 진영이 경계심을 풀지 않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시기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개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충실한 내용의 준비 △정치적 이용 배제 △국제적 공조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뒤 "한나라당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원해 줘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적극 지지해줌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을 막을 수 있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평화세력으로 거듭나야 수권 자격"
손 전 지사는 이어 "차제에 한나라당의 정체성도 재정립돼야 한다"며 "과거회귀와 수구보수의 길은 미래의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평화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럴 때만 정권을 획득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결국 누가 간판이 되느냐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누가 당의 얼굴이 되느냐는 한나라당이 과거의 모습이냐 미래의 모습이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이게 당론이다. 그래서 얼굴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이번 대선의 의미를 △선진화 개혁세력의 창출 △경제발전 동력 창출 △국민통합, 사회통합의 리더십 창출 등으로 꼽으며 "이 세 가지 시대적 요구와 관련해 내가 적임이고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영호남의 대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통령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지지율 '뜨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주목된다. 8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기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5.6%를 기록했다. 53.3%의 이명박 전 시장, 22.8%의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선 한참을 못 미치지만, '마의 5%' 벽을 뛰어 넘은 점이 주목을 받았다. 전날 발표된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 조사에선 8.9%를 기록했다. 1월 조사에 비해 5.4%포인트가 뛰어오른 결과다. 두 조사 모두 30~40대의 지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에 힘입었다. KSOI 조사에선 한나라당 지지층 보다 여권 지지층에서 더 높은 지지를 얻은 점도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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