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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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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자의 눈] 론스타 관련자들의 해피엔딩

지난 해 11월, 열린우리당 소속 이용희 국회부의장은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일찍이 이런 정권이 어디 있었냐"며 "하도 같잖아서…"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를 맹렬히 비판했다.
  
  75세의 최고령 의원이자 여당 몫의 부의장이 대통령을 비판한 것도 눈길을 끌었지만 이 부의장이 전한 에피소드 한 가지가 더 관심을 끌었다.
  
  이 부의장은 "지난달 27일 당진 현대제철 기공식 행사에서 대통령과 점심을 같이 했는데, 대통령이 느닷없이 '일을 하다가 문제 되고 언론에 얻어맞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김석동이란 사람을 (재경부 차관보에서) 승진시켜 금감위 부위원장을 시켰다'고 말했다"며"내가 하도 같잖아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는데, 노 대통령은 태연자약하게, 자랑스럽게 얘기하더라"고 했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감위 국장을 지냈던 김 부위원장은,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한 이른바 10인 비밀회의에서 "도장값을 받아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감사원으로부터 검찰에 수사의뢰를 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된 김 부위원장이 재경부 차관보에서 차관급인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지 3개월여 만인 8일, 다시 경제부처의 수석 차관인 재경부 1차관으로 초고속 영전했다.
  
  나란히 론스타의 덫에 걸렸던 김석동, 변양호
  
  김 부위원장의 영전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금융관련 핵심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구조조정, 신불자 대책, 부동산 안정화 대책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을 앞장서 처리해 온 경제관료"라며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경륜, 그리고 강력한 업무추진력을 바탕으로 당면한 경제 현안을 잘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극찬했다.
  
  물론 김 부위원장의 영전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부위원장의 능력이나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애초부터 유명했다.
  
  역시 론스타로 직격탄을 맞은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와 더불어 '언젠가는 재경부 장관을 할 사람' 혹은 '모피아의 총아'로 꼽혀 왔던 김 부위원장은 LG카드 사태 당시에도 금감위에 재직하면서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에 대해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기며 '밀어붙이는 뚝심'을 보였다.
  
  특히 지난 2005년 8.31대책이 나올 당시에도 부동산대책 실무를 총괄해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8.31 대책의 효과와는 별개로.
  
  검찰수사 종결 4개월 전에 노 대통령 "문제 없다"
  
  지난해 12월 7일, 검찰은 9개월 여 간 끌어 온 외환은행 매각사건의 수사를 종결했다.
  
  당시 검찰은 론스타 측의 로비를 받고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김광림 전 차관, 론스타 측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앤장 고문을 지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론스타에 은행법 상의 예외승인 조항이 적용되도록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김석동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에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신 검찰은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4000만 원을 받고 외환은행 헐값매각을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론을 받아 든 법원은 검찰과 구속영장 청구-기각 신경전 끝에 변 전 국장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말해 론스타 매각은 엄청나게 문제가 많지만 죄를 지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검찰과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무려 4개월 전인 지난 8월에도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들을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론스타 문제는 실무선에서 무슨 부정이 개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누가 뭐래도 정책적으로 오류가 아니며, 게이트도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해 일찌감치 면죄부를 줬다.
  
  이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검찰력을 놓아버렸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선 야당이나 보수언론들도 인정하는 것이니 만큼, 노 대통령의 이런 '선(先)판단'이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진 않다.
  
  다만 노 대통령은 이번 인사로 '론스타 사건은 최소한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검찰과 법원의 판결에 더해 '정책적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종지부를 찍은 것만은 분명하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론스타 사태
  
  공교롭게 열린우리당도 지난 7일 경제부총리 시절 외환은행 매각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진표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일 외환은행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주당 1000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서 론스타는 배당금만으로 4167억 원(세전)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2003년부터 끌어 온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은 이처럼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피엔딩'으로 종결되고 있다. 아마도, 김 차관 내정자의 말처럼, '관(官)이 치(治)한' 결과가 그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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