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당을 쪼개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탈당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23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탈당한 6일 낮 우리당 지도부와 개헌특위 위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정치의 원칙을 지키면 금방 (지지율이) 뜬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2년에도 힘든 고비 다 넘겼다"
청와대 대변인 윤승용 홍보수석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날 임종석 의원 등으로부터 당 상황을 전해 듣고 "과거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강한 명분이 각인됐고 지역의 강력한 열망이 있어서 당을 가르고도 각기 대통령이 됐지만 그 외에는 당을 쪼개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당의 논의에 대해 (내가) 반대한 것은 '지역당은 안 된다는 것' 딱 한 가지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정주영 씨의 국민당도 창당 때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막판엔 천막 치고 나갔다"며 '제3 정치세력'에 대한 의구심을 함께 드러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을 겨냥한 당내 일각의 '기득권 포기' 주장에 대해선 "이런 기득권 포기 주장의 경우, 기득권 포기는 곧바로 불출마 선언을 의미할 텐데 그들이 기득권을 포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후보를 못 모셔오면 그때는 어떡할 것이냐"고 되물으며 전현직 지도부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2002년 후보경선 이후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막판 단일화를 이루는 과정 등을 언급하며 "현재 중요한 것은 누가 (여당의 대선) 후보이건 간에 전체를 놓고 보는 것"이라며 "당이 순리로 정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의 후보도 뜨고 당 외 인사도 들어오려고 한다. 정치의 원칙을 지키면 금방 뜬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언급했고 지금 다시 말하지만 내가 당의 걸림돌이 되면 당적을 정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탈당파를 비판하는 동시에 '당을 지켜야 한다'는 요지의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23명의 탈당사태를 맞은 김근태 지도부로서는 대통령의 말이 힘이 될 수도 있는 것.
이날 김 의장은 "전당대회가 제일 급한 일"이라며 "전당대회가 잘 성사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3명의 탈당 사태가 김근태 등 우리당 지도부와 노 대통령 사이의 관계를 가깝게 하는 쪽으로 작용할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지식사회와 시민단체도 개헌에 침묵하나"
한편 노 대통령은 "당과 개헌안을 사전 조율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미리 상의할까 고심했는데 우리당에 득이 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정략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협의를 안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치적 의제가 제기됐는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논의를 거부한 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 안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의 지식 사회가 방관하는 데서 이같은 상황이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식인, 지식 사회 및 시민단체와 학계마저도 침묵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그래도 헌법상 발의권이 부여된 대통령이 내놓은 의제는 다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시민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