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23명의 의원들이 탈당해 원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한 6일, 김근태 당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를 포함한 열린우리당 개헌특위 의원들이 청와대를 찾아 노 대통령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본격적 회동이 시작되기 전 공개된 모두 행사에서 노 대통령은 말을 아꼈지만 김 의장은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울 텐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특별히 메시지 있는 인사는 준비하지 않았다. 오늘은 개헌특위 위원님들을 모셔서 주제도 뻔하고 해서 (다른 인사) 말씀을 안하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준비된 원고를 꺼내 "저는 좀 몇 가지 말씀 드리겠다"며 "저희 심정이 굉장히 울적한데 대통령께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탈당파,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냐"
김 의장은 "원내 과반수 제1당이 됐다가 원내 과반수가 무너졌고 오늘을 계기로 원내 2당으로 무너졌다. 가슴에 상처가 오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여당이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공동책임이 있다"고 다짐했다.
김 의장은 "오늘 23분의 의원들이 탈당했는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지만 중앙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쳤고, 전당대위준비위원회에서 결단과 타협을 통해 이룬 (질서있는 통합신당 추진)합의를 지붕 위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비신사적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탈당파를 맹비난했다.
김 의장은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국민이 우리를 선택한 것인데 '(탈당파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김 의장은 "일부 탈당한 의원들이 건교위에 많다고 해서 언론들이 걱정하지만 저는 부동산 투기가 잡히고 있는 이 시점에서 후속 입법이야 말로 국민적 합의의 요구라고 생각한다"며 "양보할 생각이 없다, 후속입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분양원가 공개확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강봉균, 주승용 등 이른바 '실용주의 탈당파'를 겨냥한 것.
이밖에 김 의장은 노인수발보험법, 공정거래법, 국민연금법, 사법개혁 관련 법 등 정부가 추진중인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께서 좀 도와달라"
이날 김 의장은 '원 포인트 개헌은 정치인 김근태의 개인적 소신이기도 하다"며 개헌 문제를 강조하긴 했지만 전당대회 성사를 최우선 과제로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의장은 "지금은 전당대회를 원만하게 개최하는 것이 당원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지켜야 될 마지막 도리이고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의제로 올라와 있는데로 정치권 안팎의 평화, 개혁, 미래세력의 대통합 신당을 결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주셨지만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가지시고 전당대회가 원만히 치러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협조도 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의장은 발언 말미에도 "저희 당은 지금은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원만하게 치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며 개헌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청와대 기대 부응하기 힘든 여당 상황
이날 회동에 참석한 유재건 개헌특위위원장은 "탈당하신 분들도 개헌 문제에 대해선 뜻이 같다"고 말했지만 민병두 의원은 "적극 찬성이야 하겠냐만 반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편 정태호 청와대 정무팀장은 '탈당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냐'는 질문에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만 답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개헌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획을 하고 있다"고 전하는 등 개헌드라이브를 강화할 뜻을 분명히 했지만 탈당 직격탄을 맞은 여당은 전당대회 성사 여부로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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