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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의 미래, 영화 <로보캅>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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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의 미래, 영화 <로보캅>이 보여준다

[시민정치시평] 2014년 '로보캅'의 가슴에 박힌 기업 로고

영화 <로보캅(RoboCop)>이 다음 주에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기존 작품들에 대한 리부트(Reboot)나 프리퀄(Prequel)은 아니고, 1987년에 개봉한 폴 버호벤(Paul Verhoeven) 감독의 <로보캅>에 대한 리메이크라고 한다. 로보캅이 다시 돌아온다니 기대도 되지만, 다소 불안한 감도 없지 않다. 폴 버호벤의 1990년 작 <토탈리콜>도 리메이크되어 2012년에 개봉했지만, CG 빼고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내용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폴 버호벤의 다른 영화로는 <원초적 본능>, <스타쉽 트루퍼스> 그리고 ‘쇼걸’이 있다.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의 스펙트럼이 참 넓다. 독특하다. 오늘은 폴 버호벤의 1987년 작 <로보캅>을 복습해보자.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곧 개봉할 <로보캅>의 광고를 한 번쯤은 보셨으리라. 광고 속의 로보캅은 그의 상징인 권총 한 자루를 뽑아들고 있다. 광고를 유심히 보면 로보캅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두 개의 마크를 볼 수 있다. 하나는 경찰 배지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속에 주요한 설정으로 등장하는 어떤 거대기업의 로고다. 우리가 아는 로보캅은 경찰이다. 사설경비업체의 노동자도 아닌 공권력인 로보캅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진 기업의 로고는 어색하다.

1987년 작 로보캅의 배경은 디트로이트이다. 이 도시는 대략 고담(Gotham)이다. 도시는 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고,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시는 OCP(Omni Consumer Products)라는 거대기업에 지역의 경찰 운영권을 넘긴다. OCP는 자신이 부패와 범죄의 도시로 규정한 디트로이트(Old Detroit) 자리에 자신들이 상상하는 유토피아인 델타시티(Delta City)를 건설하고자 한다.

영화 초반에 OCP의 경영진 중 한 명인 딕(Dick)이 OCP가 운영할 경찰의 핵심인 ‘ED 209’라는 로봇을 OCP 이사진에게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딕은 OCP의 사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회사의 실적을 잘 봐라. 우리는 그동안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병원, 감옥, 우주탐험. 좋은 수익모델이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바로 그곳이다. 알다시피, 우리는 이 도시와 지역 경찰의 운영권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우리는 치안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경찰이란 여러 가지 방안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24시간 일하는 경찰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먹을, 잠을 잘 필요도 없는 경찰, 월등한 화력의 경찰 ……”

이어지는 장면에서 OCP가 운영할 경찰의 주력인 ED 209는 OCP의 이사진 앞에서 그 성능을 시연하던 중 오작동을 일으켜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OCP가 추진한 것이 ‘반(半)기계 반(半)인’ 로보캅이다. 그다음 이야기부터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로보캅 이야기다.

1987년의 로보캅은 공동체를 ‘이윤’과 ‘효율성’이라는 원리로 운영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잘 필요도 없고,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는, 그러면서도 생산성이 좋은 기계 혹은 기계와 같은 노동이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노동의 주체가 굳이 사람일 필요 없을 것이고, 인간성이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매번 진지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영화가 반드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가 제작된 시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마련이다. 그리고 관객은 이렇게 현실이 투사된 영화에 자신도 모르게 공감하기도 한다.

1987년 당시 <로보캅>은 전 세계적으로 대중과 평단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그것은 198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한복판에서 살아나가야 했던 당시 관객들이 로보캅이 보여준 세계가 현실 속 자신들의 삶과 비교해 과장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는 방증이고, 경찰을 돈으로 산 기업과 기업의 필요에 따라 기계가 된 인간이 본연의 인간성을 스스로 회복해가는 영화의 서사에 공감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후 제작된 2개의 속편은 단지 반기계반인 무적경찰의 무용담이었고,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서 외면을 받았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으로 돌아와서 거대기업의 로고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 2014년의 로보캅에 대한 평점을 매겨보자. 평점을 매기기 위한 질문 하나, 우리도 철도를 기업에 팔아볼까? 질문 둘, 그럼 철도 기관사들은 잠잘 필요도 없고,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는 그런 존재여야 할까? 질문 셋, ‘왜’ 그리고 ‘누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서 기차를 운전하기를 원하는가? 질문 넷, 만약 철도기관사가 기계로 대체되고, 뉴스에서 “이 기계기관사는 현재 5,969,028,490,572,348,590시간째 쉬지 않고 운전 중입니다.” 라는 보도가 나왔을 때, 우리는 “우와 훌륭하다” 하면서 박수치면서, 과학한국을 외치면 되는 일일까 아니면 기계에 자신의 자리를 넘겨준 노동자가 어디로 갔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까.

경찰을 기업에 팔면, 공동체와 경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주에 영화관에서 각자 확인하면 되겠다.

이번 주에는 꼭 봐야 할 영화가 많다. 예매들은 하셨는가. 사랑하는 딸과의 약속을 지킨 아버지를 그린 가족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한다. 보실 분들은 기왕 보시는 거 첫 주에 온 가족들과 함께 보자. 팟캐스트에서의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이 영화에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영업사원의 결혼자금도 투자되었다고 한다. 원래 이 세상의 운명은 보통사람들의 작고 노란 손에 의해 결정된다고 나는 믿는다. 시간이 남는 키덜트(kidult)들은 장난감 블록으로 조립된 영화도 보러 가자.

시절이 하수상하다는 요즘 같아서는 경찰이 기업에 팔려도 뉴스에 나올 것 같지 않으니, 1987년 작 <로보캅>을 꼭 보자.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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