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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협, 생협…퀵서비스에는 '퀵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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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협, 생협…퀵서비스에는 '퀵협'!

[인터뷰]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 장원철 이사장

IT 정보통신 기기에 가장 민감한 직업이 뭘까? 삼성전자 직원? 네이버 직원? 물론 IT 업체 관계자들이겠지만 그들 못지않은 또 한 직업군이 있다. 바로 퀵서비스 종사자들이다. 20여 년 전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퀵서비스는 사무실 중심이었다. 퀵서비스 기사들이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퀵 주문이 들어오면 출동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삐삐'가 등장했다. 혁명이었다. 삐삐가 울리면 길가 공중전화로 달려가 주문을 받았다. 사무실까지 오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어 이른바 '시티폰'이 나오고 휴대전화 서비스가 보편화됐다. 남들 잘 안 쓰던 PDA도 가장 적극적으로 열심히 쓰던 이들이 퀵서비스 라이더(기사)들이라고. 지금은 물론 스마트폰 시대다.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 150만 원이나 하던 '벽돌폰'을 들고 다녔다던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 장원철 이사장을 17일 만났다.

▲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퀵협) 장원철 이사장. ⓒ프레시안(김하영)

그를 만난 서울 중구 인현동의 사무실에는 10여 명의 콜 접수 직원들이 분주히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장 이사장이 제법 사업을 크게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곳은 '공동 콜센터'였다. 협동조합 소속 퀵 업체들이 공동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

"사실 콜 받는데 넓은 사무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책상 하나에 전화와 컴퓨터만 놓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이걸 개별적으로 운영하려면 기본적으로 사무실 임대료에 운영비에 만만치 않게 들어가죠. 이걸 책상 하나에 얼마 식으로 공동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또한 콜 물량을 한 업체에서 다 소화 못할 때 옆에 있는 업체로 바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익이 늘어납니다. 한 업체에 등록된 라이더가 10명이면 공동으로 운영할 경우 100명 까지도 늘어날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되는 거죠."

장 이사장에 따르면 상당수 퀵서비스 업체들이 영세하다고 한다. 남편은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아내가 사무실에서 퀵 전화를 받는 식의 가족 업체도 상당수라고. 특히 퀵서비스 업체를 차리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다보니 우후죽순 난립해 가격 덤핑 등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었다. 매년 물가는 오르는데 퀵서비스 요금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떨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모 대기업이 퀵서비스에 진출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업계의 불만과 위기감은 커져만 갔다.

장 이사장과 몇몇 퀵서비스 업체들이 모여 3년 전 연합회를 결성해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소상공인진흥원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소상공인 협업화 지원사업을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지난 2월 지원사업 예비사업자에 선정돼 협업화 교육과 협동조합 교육을 받아 지난 8월 협동조합을 차리게 됐다.

"제가 퀵서비스 20년째인데, 퀵서비스 업체들이 그동안 치열하게 가격 경쟁하고 거래처 뺏기 하면서 서로 적대시 하면서 살아왔죠. 안타까운 마음에 친분 있는 사장님들과 연합회를 구성해 친목을 유지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보고자 했었죠. 그런데 공동 마케팅, 공동 프로그램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진전이 없었는데, 작년 겨울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협업화 지원사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연합회가 아닌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게다가 대기업이 퀵서비스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듣고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었죠. 브랜드도 없고 마케팅 능력 등에서 대기업을 따라갈 수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잖아요."

▲ '퀵협'이 개발한 공동브랜드.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
30개 업체가 출자금 2500여만 원을 모았다. 협업화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지원금까지 7300여만 원의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돈으로 '퀵협'(QH)이라는 공동브랜드도 만들고 공동 콜센터도 차렸다. 그 사이에 조합원들은 협업화 및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도 이수했다. 그리고 지난 8월 협동조합은 공식 출범했다.

앞으로 조합 차원에서 콜센터 직원들의 전문성 교육도 실시하고, 공동 브랜드 홍보 및 영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조합원들은 공동브랜드에 자신의 업체 전화번호를 기재할 수도 있고, 대표번호를 통해 들어온 물량을 배정 받기도 한다. 대표번호를 통해 발생하는 공동 수익은 조합원들이 나눠 갖는다. 퀵협은 수익금의 10%는 법정적립금으로, 10%는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나머지 80%로 20%는 사업재투자, 60% 조합원 균등 배분 하도록 사업 계획을 세웠다.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활용해 다른 협동조합의 물류와 공공기관 물류 영업도 적극적으로 전개할 생각이다.

조합원들의 기대도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전의 연합회와 협동조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연합회는 친목 단체잖아요. 하지만 협동조합은 영리단체입니다. 조합원들 스스로 참여하는 동업이죠. 사실 연합회는 소수의 임원들만 먹고 사는 구조죠. 나머지 회원사들은 소속감은 있지만 주인 의식은 없죠. 반면에 협동조합은 어느 개인이 지배 지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수평적 구조입니다. 조합이 잘 되면 조합원들 모두가 잘 되는 구조잖아요. 또한 회계가 투명해지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저희 협동조합은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공공기관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투명성 부분에서는 자신할 수 있습니다."

장 이사장은 2014년에는 조합원을 300명으로 확대시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 중에는 이른바 '라이더'라고 불리는 퀵서비스 배송기사들도 포함돼 있다.

"조합원 30여 명 중에 5명은 라이더 분이세요. 퀵협은 라이더 분들께도 개방이 돼 있습니다. 다만 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을 내셔야 돼요. 그래야만 당당한 하나의 사업자로서 조합원의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책임감도 갖게 되죠."

▲ '퀵협'에서 준비한 라이더 유니폼 디자인.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
퀵서비스의 요금이 1만 원이라고 하면 퀵서비스 콜 업체에 떨어지는 금액은 2300원이다. 요즘은 판촉 경쟁으로 인해 마일리지제를 도입해 10번 이용하면 1번은 무료, 혹은 현금 환급을 하다보니 판촉 비용으로 10%인 230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콜센터 직원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각종 보험료 등 비용을 제하고 나면 업주에게 남는 돈은 건당 5%, 115원에 불과하다. 거기에 과열 경쟁으로 8000원을 받는 업체들도 많다.

라이더들에게는 수수료율이 높다는 불만이 높다. 한 번 배송에 7700원을 받아도 유류비와 각종 경비 등을 제하면 남는 돈은 많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라이더들의 월 평균수입은 100~130만 원 수준이었다. 특히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요즘처럼 눈이라도 오는 날은 안전 문제로 일을 못 나가는 날도 많다. 반대로 콜 업체는 라이더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과열 경쟁으로 인해 결국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구조다.

장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라이더들도 사업자등록을 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났을 때 특히 그렇다. 상대방의 과실에 의해 사고가 나도 소득 증빙 자료가 없어 일을 못 나가도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만 받게 된다고 한다. 세금을 내더라도 사업자등록을 하고 소득을 증빙하면 사고가 났을 때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퀵서비스도 콜센터 업체와 라이더 분들이 함께 가야죠. 라이더 조합원들은 수수료율을 15%로 낮출 생각입니다. 라이더 연대와도 대화를 해봤는데, 수수료율을 낮추는데 찬성 하시죠. 물론 세금 내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인 것 같습니다. 서로 도움이 돼야죠. 이 업계도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합에서는 라이더들의 유니폼까지 디자인을 끝냈다. 조합원들에게는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고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고객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퀵협', 'QH'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본격 영업을 앞둔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에도 고민은 있었다. 콜 시스템 프로그램 임대비용이 높아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추후 사업으로 미뤄뒀다.

이른바 '다마스 퀵'으로 불리는 소형 화물 퀵서비스에 대한 화물 업계의 견제도 고민거리다. 다마스, 라보 등 경화물/승합차 배송을 위해서는 화물운송주선업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300만 원 하던 면허 가격이 최근 3000만 원까지 뛰었다. 두 바퀴 오토바이는 사실상 제한이 없는데, 네 바퀴가 달린 것은 무조건 화물 업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면허를 내주지도 않고 기존 면허를 구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다마스, 라보의 단종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 퀵서비스 업계가 제살깎기 경쟁에서 협동의 체제로 전환될 수 있을까. ⓒ프레시안(김하영)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장 이사장은 '요금 표준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정부의 시장 조사와 중재, 퀵서비스 업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국퀵서비스협동조합 외에도 라이더들이 중심이 된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퀵서비스 관련 협동조합 설립이 이뤄지고 있다. 장 이사장은 "앞으로 다른 퀵서비스 협동조합들과의 연대와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영세 업체들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신음하던 퀵서비스 업계에 '협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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