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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열악한 일자리 '스포츠지도사', 4만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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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열악한 일자리 '스포츠지도사', 4만개 늘린다?"

[인터뷰] 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체육지도자 개편 유감"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체육지도자'라는 자격증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국가자격증이다. 지난달 22일 문체부는 '국민체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28일 공청회를 열면서 체육지도자 제도 개편에 나섰다. 그런데 체육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 제도가 체육 관련 자격증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호를 개방한다'는 명목 하에 체육인의 전문성을 오히려 떨어트리고, 전문 분야로서의 '체육'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문체부 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국민대 체육대학 교수)을 만나 반대 이유를 들어봤다.

우선 문체부의 개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경기지도자',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의 명칭을 '스포츠지도사'로 통합하고 이를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으로 나눴다. 경기지도자는 주로 학교나 단체의 운동팀 감독, 코치 등을 맡고, 생활체육지도자는 일선 시민들의 생활체육 활동 지도를 맡아왔다. 개편 후 경기지도자는 '스포츠지도사(전문체육)'가 되고 생활체육지도사는 '스포츠지도사(생활체육)'가 되는 셈이다. 또한 유소년, 노인, 장애인 등 지도 대상에 따라 자격증을 세분화 했다.

특히 기존의 '생활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을 '건강운동관리사'로 독립시킨 점이 눈에 띈다. 생활체육지도자 1급은 개인의 체력적 특성에 맞는 '운동처방'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이를 건강운동관리사라는 명칭을 통해 업무 특성에 맞게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경기지도자 1·2급은 스포츠지도사(전문체육) 1·2급으로, 기존 생활체육지도자 1급은 건강지도관리사로, 생활체육지도자 2·3급은 스포츠지도사(생활체육) 1·2급으로 바뀌게 된다. 경기 종목도 늘렸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개편을 하면서 일부 자격증의 경우 자격 요건과 검정 기준을 완화했다는 점이다.

운동처방 등을 하는 기존의 1급 생활체육지도자였던 '건강관리사'의 경우 체육 분야의 석·박사 학위가 주된 자격요건이었으나 체육 분야 전공의 전문대학 졸업 이상으로 요건을 완화했다. 또한 2급 스포츠지도사(생활체육, 장애인, 유소년, 노인)는 누구든 자격검정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없앴고, 전문체육 스포츠지도사도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검정 과목이 축소되고, 연수 시간도 단축됐다. 1급 스포츠지도사의 경우 필기시험이 9과목이었으나 4과목으로 축소되고, 2급 스포츠지도사 역시 8과목에서 6과목으로 시험 과목이 줄어들었다. 자격시험 통과 후 실시하는 연수 과정도 1급 스포츠지도사의 경우 전문체육 분야의 경우 590시간에서 250시간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생활체육 분야 역시 230시간에서 20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건강운동관리사는 230시간에서 200시간으로 단축됐다. 생활체육 2급 스포츠지도사만 60시간에서 90시간으로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체육 전공자에 대한 혜택을 없애거나 줄여 비전공자에게도 문호를 넓힌 것으로, 문체부는 "손톱 밑 가시를 뽑았다"고 표현하고 있다.

▲ 이대택 소장.
이에 대해 이대택 소장은 "체육 분야 자격증의 전문성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개정안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는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기존의 체육지도자 자격에도 진입 장벽이 컸던 것은 아닙니다. 3급의 경우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시험을 볼 수 있었죠. 진입 장벽 자체를 낮추는 것을 갖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진입 장벽은 낮춰도 전문성은 강화해야죠. 개정안은 검정 과목도 줄이고 연수 시간도 줄이는 등 자격증의 전문성을 굉장히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체육계에서는 자격증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고 한다. 경기지도자는 1970년대, 생활체육지도자는 1980년대 후반 도입이 됐다. 특히 생활체육지도자는 2000년대 급증해 자격증 소지자만 16만8000여 명에 이른다. 2007년부터는 매년 1만 명이 넘는 생활체육지도자가 배출되고 있다.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제도가 시작된지 20여 년이 됐는데, 지금까지 시행해 오면서 현장에서는 자격증 제도에 대한 불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도 개선을 할 때 제대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죠."

현장의 가장 큰 불만은 체육지도자 자격이 직업으로서의 지위가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2011년 체육과학원의 연구조사(생활체육지도자 보수체계 개선방안/책임연구원 김미숙)에 따르면 전국 생활체육협회 246개 중 101개 즉 41%의 생활체육협회에서 지급하는 지도자 임금총액(세전)은 184만원이었다. 1인 가구 표준생계비(182만 원) 수준이다. 특히 1년을 근무해도, 10년을 근무해도 임금의 격차가 거의 없다고 한다.

적은 임금도 문제지만 불안한 일자리도 체육지도자들의 직업 만족도를 크게 떨어트린다. 최근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등학생들의 체력 수준을 높이고 학원 스포츠를 활성화 한다며 스포츠강사 제도를 도입해 대거 채용을 했지만, 관련 예산이 삭감돼 이들은 집단 해고의 위기에 놓여 있다.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이기에 항상 해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다, 국가의 정책에 따라 언제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태다. 실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체육지도자들이 자격증 취득 이유로 '직업'이 아닌 '자기 계발'을 꼽기도 했다.

"일자리를 만들어도 저임금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열악한 일자리 1000개가 아니라 4~5년 훈련을 받더라도 20~30년을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 100개를 만들어야죠. 스포츠강사들 150만 원도 못 받는데, 그 자리도 한 때는 키우겠다면서 갑자기 만들었다가 예산 없다고 한 방에 훅 날리고. 이게 뭡니까."

이 교수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 체육에 대한 열악한 사회 인식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성세대들은 운동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해요. 등산을 가도 어떻게 해야 잘 걸을 수 있고 다치지 않고 자신의 운동 능력에 맡게 즐길 수 있는지 보다는 어떤 등산복을 입어야 폼이 나는지부터 따지잖아요. 그런 인식 수준이니까 체육에 왜 전문가가 필요하냐는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 예산삭감에 의해 대량 해고 위기에 놓인 스포츠강사들이 지난 1일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돌파구로 '전문성 강화'를 꼽았다.

"건강운동관리사로 바뀐 1급 생활체육지도자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요즘은 예방 의학이 강조되다 보니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법정 이수 과목도 만들고 시험 과목도 탄탄하게 하고 연수도 철저하게 하고,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재교육과 보수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유지케 하는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그렇게 철저하게 교육하고 잘 훈련된 인력이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활약을 해야 '아, 제대로 배운 사람은 다르구나'라고 사회적 인식이 높아질 것 아닙니까. 그래야 애들 때리고 성적 조작하고 부모들 돈 뜯는 질 낮은 체육지도자들을 걸러낼 수 있고요. 우리는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학생들 제대로 가르쳐서 전문성도 인정을 받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전문성 강화'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였다. 2006년 체육과학원 권민혁 연구원의 조사(체육지도자 국가자격 취득자 실태 분석 및 활용도 제고 방안)에 따르면 체육지도자 자격 취득자의 44.8%가 체계적인 교육이나 훈련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체육지도자들의 '실력 부족'이 큰 불만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자격증' 보다 '경력'을 중시한다. 실기 시험의 난이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자격시험 검정 기준을 강화하고 내실 있는 교육을 통해 자격자의 실력 수준을 향상시켜 사회적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1만 명 이상의 생활체육지도자가 배출되고 있다. '공급 부족'인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체육 분야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TV에서 '우리동네 예체능'이 인기를 끄는 등 국민들의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조기 축구회'로 대표되던 구기 종목도 사회인 야구 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개별적인 운동에 그치던 피트니스센터(헬스클럽)도 전문적인 트레이너들에 의한 'PT'(personal training)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동처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의료 서비스도 수동적인 '치료' 중심에서 능동적인 '예방의학'으로 넘어가고 있다. 예방의학의 중요한 축은 운동 등 건강 관리 전문가 양성이다. 스포츠/체육 관련 전문가가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운동에 왜 전문가가 필요해?'라고 묻는 40대 이상의 세대들은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그래도 어릴 때 시골에 살면서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닌 경험이 있거나, 도시에서도 골목에서 몰려다니며 놀았던 세대거든요. 학교에서는 체력장도 했고. 그런데 20대 중반 아래 세대는 운동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고 운동도 할 줄 모릅니다. 이 친구들은 운동을 전부 새로 배워야 할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는 단순한 개인의 육체적 건강 외에도 사회적 기능을 기대할 수도 있다.

"미국 같은 곳만 봐도 아이가 주말에 동네 야구 리그에 참여해 경기 하고 부모들이 가서 응원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잖아요. 서구에서는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포츠를 이기기 위해 하죠. 아직도 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협소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스포츠 분야에 인문사회학적 측면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고,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봐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운동이 비싸지면 안 된다고 봅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수십만 원 들여 퍼스널 트레이닝 받고 하지만, 저소득층은 스포츠에서도 소외 되잖아요. 이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복지 차원에서 스포츠 활동을 지원해줘야죠. 그런 공공의 영역에서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할 역할이 있죠."

이 소장은 이와 같은 생각이 체육계 전반의 상황 인식이라면서 문체부의 제도 개편안은 이런 체육계의 여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대 나온 사람만 스포츠지도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게 문호는 개방해야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격증이 사회적 인정을 받게 하는 게 먼저죠. 이런 식으로 문호만 넓히고 자격증 따기가 더 쉬워지면 자격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 안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분야가 유망하니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쌓아 자격증을 취득하면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고 안정적인 직장도 얻을 수 있어.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하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뭐 아무나 쉽게 딸 수 있는 자격증이면 학생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체육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 가장 '잘 되는 길'은? 체육 교사가 되거나 체육 관련 유관단체에 취직하는 거라고 한다. 그런 자리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수준. 나머지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에 내몰린다고. 180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에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여름에는 수상안전요원으로, 겨울에는 스키장 안전요원으로, 철따라 바다로 산으로 전국을 떠돌며 살게 된다.

문체부는 지난 2일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스크린 골프처럼 '스크린 야구', '스크린 축구', '스크린 사이클' 등을 개발하는 등 스포츠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해 산업 규모를 37조 원에서 53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일자리는 23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늘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건 4만 개의 일자리가 아니라 기존 일자리의 안정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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