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수요모임'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학생 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선 손 전 지사는 "농민들이 FTA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유무역은 세계적 추세다. 무조건 안 된다는 자세로 반대만 했다가는 오히려 농업이 챙길 것을 챙기지 못하고 휩쓸려 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전 세계 교역의 52%가 FTA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한미 FTA의 의미는 미국의 정보와 지식,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을 언급하며 "한국과 미국의 안보상 타이(결속력)가 느슨하게 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는 군사적인 차원이 아니라 경제적인 차원에서 이를 다시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욕한다고 될 일 아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가지 비판을 받지만 이제는 욕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한미 FTA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를 뒷받침해 성사될 수 있는 사회 정치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전날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평강공주의 사랑과 격려가 없었다면 온달 장군이 그저 바보 온달로 남아있었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이 평강공주가 돼서 노 대통령이 갖고 있는 숨겨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사랑으로 격려해주자"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한 번이라도, 빈 말이라도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며 "더 이상 노 대통령을 탓하고 꾸짖을 게 아니라 잘한 일을 찾아서 칭찬해 주자"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부의 부총리급 부서 격상 △신성장동력산업 투자 확대 △국방비 증액을 통한 군현대화사업 △자이툰부대 파병 △한미 FTA 추진 등을 노 대통령의 '잘한 일'로 꼽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손 전 지사는 "끝없이 분열하고, 갈등하는 순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면서 "아무리 정치 지도자가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혁신·개혁 없는 보수는 썩는다"
손 전 지사는 또한 "아무리 진보개혁이 이 나라를 잘못된 길로 이끌어간다고 해도 역사를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면서 5.16을 '혁명'으로, 4.19를 '학생운동'으로 규정하는 반역사적 인식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달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이 발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비판한 것. 이 교과서는 5.16 군사쿠테타를 정당화하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와 전두환 정권 등을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 전 지사는 특히 "박정희 대통령이 죽은 1979년 10월26일 나는 김해보안대에서 이등병으로부터 48시간동안 꼬박 맞았다"며 "당시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인권운동 자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 민주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지만 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해서 70년대에 머물러서는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혁신·개혁 없는 보수는 썩는다"며 "한나라당이 2007년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는 준비를 하는 마당에 우리가 가진 지역적 기반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지역을 뛰어넘는 더 큰 한나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이 사회의 큰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 있는 진보세력을 우리가 큰 품으로 안아야 한다"며 "손학규가 앞장섰을 때 누가 한나라당을 영남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한나라당의 미래를 대표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외에 "제주도만 해도 한 해 대학 졸업생이 6000명 씩 나온다. 전국에는 50만 명"이라며 "발상이 달라져야 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5년 동안 일자리를 250만 개 만들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 소장파인 '수요모임'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손 전 지사 외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날 오후 '청년의 꿈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손 전 지사의 강연에는 전국의 대학생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