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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교과서 외압' 타령, 부정선거 자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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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정부의 '교과서 외압' 타령, 부정선거 자인하나

[편집국에서]'자유민주주의'와 '유신회귀 프로젝트'

나는 어느 사회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이냐를 가르는 최소한의 출발점이 '종교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유일신 종교를 믿는다면 진리는 하나다. 그래도 서로 다른 것을 진리라고 믿는다고 해서 힘으로 통일시키려 하지 않는 사회라면, 나는 기본적으로 그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종교의 자유'도 없는 수준인 사회에 '1인 1표'의 원리만 중시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식되면 그 사회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제헌헌법에 의하여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헌법 제20조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종교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됐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할 만한 수준이라고 언뜻 생각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역사교과서는 이념편향은 안된다"면서 '좌편향 교과서'를 비판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념편향이 없다는 것일까. ⓒ연합뉴스

'자유민주주의'는 단순한 이념이 아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유사 종교' 수준으로 특정 이념을 신봉하는 세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나는 이 유사종교가 강요되면서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제한된 사회이며, 그래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87년 민주화로 독재정권이 타도돼 절차적 민주주의 면에서는 발전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10년만에 다시 민주주의가 후퇴된 것이 놀랍지 않았던 것도 이때문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이 유사종교가 쇠퇴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이 유사종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멋진 이름까지 붙어있다.

이쯤에서 최근 본 영화 <변호인>이 생각난다. 개봉 25일만인 13일 누적 관계 9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은 한국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아바타>의 개봉 32일 900만 명 동원 기록을 7일이나 앞선 기록을 세우며 이번 주 1000만 돌파도 유력시되는 초고속 흥행을 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혼신을 다하는 경찰 차동영 경감(곽도원 분)의 '신앙 고백'이 있다. 정확한 대사를 옮기기는 어렵지만 그는 "북한과 아직도 전쟁 중인 특수성"을 강조하고, 남한 내부에 '빨갱이'와 '간첩'이 우글우글대고 있는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가 최우선이라고 설파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장에 불순분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소명을 갖고, 특수능력을 지닌 듯 차 경감은 "눈알 굴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이유로 부산대 공대생 진우(임시완 분)을 잡아들여 고문한다.

<변호인>의 초고속 흥행의 이유가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거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오늘날을 되돌이켜보려는 관객들이 많이 찾아서라고 한다. 그런데 흥행 대박 이유가 또 있는지도 모른다.

곽도원의 열연도 인상적이다보니 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영웅들을 보기위해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대거 찾지 않았을까?

'유사종교' 집단의 영구집권 프로젝트

그런데 교과서 파동으로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대한민국에서 보수 진영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를 '자유'라든가 '민주주의'라는 좋은 이미지의 용어로 포장한 것이다.

대한민국 보수는 보수가 아니라 수구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보수세력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일제로부터의 독립도 부정한다. 그래서 이들은 대한민국의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한다.

정부가 '종북 단체'로 규정하고 해산 청구를 한 통합진보당에서 집권세력을 수구세력으로 규정하고 맞서는 것도 이때문이다. 통진당에 따르면, 건국절 제정 움직임은 뉴라이트 역사관에 기초하며, 이 역사관은 "대한민국은 일제로부터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일제로부터 축적돤 역량이 바탕이 돼 좌우투쟁 과정으로 만들어진 반공국가라는 인식과 닿아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이며, 그 내면에는 임시정부의 역사적 존재도 부정한다는 것이다.

어떤 체제를 나타내는 용어에서 '민주주의'라는 게 그냥 포장용일 수도 있다는 점은 북한도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스스로 부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북한을 '유사종교'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교학사 교과서 외압' 공방을 보면서, 나는 '대한민국'을 북한처럼 '유사종교 사회'로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목표를 "수구세력의 영구집권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긴 어떤 사회에 '영구집권' 세력이 있다면, '유사 종교' 수준의 이념이나 종교가 없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경제불평등에 대해 비판을 해도 '종북'으로 몰아가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지도 의문이 풀린다. 반공주의가 실체인 '유사종교'를 신봉하는 입장에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대해 비판하는 것 자체가 불경하기 때문이리라.

'자유민주주의 세력', 자멸의 길로 가나

하지만 '교과서 외압' 논란을 보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세력'은 영구집권은커녕 자멸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교학사 교과서는 알다시피,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하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술했다고 해서 현재의 집권세력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역사 교과서다. 그런데 검정교과서 체제에 따라 자율선택을 하도록 했는데 결과를 보니 2300여 곳의 고등학교 중에서 1%도 안되는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고, 그것도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야권에서 그 몇 안되는 학교들조차 '외압'에 의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고 비판하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절차적 하자가 드러난 학교들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잇따라 철회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보수 진영에서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많은 학교들이 사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고 싶었지만, 외압에 의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놀란 것은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좌편향 교과서'를 언급하면서 교과서 채택 논란에 나섰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관련 질문을 받은 후 "역사교과서에 대해 이념논쟁이 번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역사교과서는 이념편향은 안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특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점이 옳건 그르건 여기서 따지고 싶지 않다. 나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집권세력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이념을 초월한 '절대 진리'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다. 즉, 박 대통령에게 교학사 교과서는 야권이 비판하는 '우편향 교과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나아가 더 놀란 점이 있다. 여권에서는 교과서 논란을 통해 스스로 '부정선거에 의해 권력을 잡은 집권세력'으로 자인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현재 집권세력이 밀어주는 교과서가 일선 고교에서 채택이 거의 되지 않았다면, 정부가 좋아하는 '시장 논리'로 봐야하지 않을까?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이 거의 되지 않은 것이 '외압' 탓이라는 여권의 시각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이미 모두 '종북세력'이 장악한 사회라는 게 된다.

그렇다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한 새누리당이 어떻게 집권했는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시달리는 정권이 자기보다 훨씬 강력한 외압의 실체가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은 이미 그 세력에게 '접수'됐다는 것인가?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13일 당정협의를 갖고 교육부 내 역사교과서 검수 전담조직을 두는 방안 등 교과서 검·인정 제도 개선책을 올해 6월까지 마련키로 했다. 야권은 벌써부터 "사실상 한국사를 국정교과서처럼 만들려는 의도"라면서 '유신회귀프로젝트'를 당장 멈추라고 반발하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를 외면한 세력이 함께 한다면 여권의 프로젝트 역시 실패로 끝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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