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화물 운송 부문을 주식회사 형태의 별개 회사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철도 민영화' 논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프레시안>이 2일 입수한 한국교통연구원(KOTI)의 '철도산업구조개혁 및 철도발전 계획 수립' 연구 용역 결과는 '철도화물주식회사'를 '민영화'로 못박고 있다.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발표(지난해 6월)된 지 두달여 후인 지난해 8월 최종안이 나온 이 용역보고서 부록에는 '철도화물 운송사업 제3자 개방 방안'이 있다. 당초 이 보고서는 철도 민영화의 정부 구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국토부는 "정부의 구상과 별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용역 보고서가 지난해 5월 중간 발표를 통해 제시한 '코레일 자회사 형태'의 수서발KTX주식회사는 지금 현실화된 상태다.
정부 용역 보고서 "철도 사업 민영화는 국가 정책"
▲ 지난해 5월에 일부 공개되고, 지난해 8월에 최종 완성된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 보고서 |
이 보고서는 "철도 화물 경영 현황"에 "2010년 철도공사의 총 적자 5256억 원의 약 68%가 화물 분야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 후 "철도 사업의 민영화 및 민간 위탁은 민간 부문의 경영, 혁신, 유연성 등을 도입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성이 높은 철도화물 운송체계와 보다 높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 정책 의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철도 화물 운송사업의 일부 노선, 또는 일부 품목에 철도 운영권을 경쟁 입찰하고 경쟁을 유도하여 이러한 목적을 달성"한다고 돼 있다.
이 보고서는 "철도 사업 민영화"라는 단어를 노골적으로 사용한다. "민간 부문이 참여로 조직의 쇄신을 통한 인력 조정의 유연성과 경영 관리의 전문화를 통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또 "정부와 민간 철도 운영 사업체간의 명확한 역할 및 책임을 구분하여 경영 개선"을 달성한다고도 돼 있다.
이는 "민영화는 안한다"고 수차례 밝힌 정부가 최근까지도 '철도 민영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임과 동시에, "민영화 방안이 아니"라던 국토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의 목적이 민영화에 있다는 방증이다.
이 보고서는 철도 민영화를 위한 화물 부문 자회사 분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식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철도화물 운송 사업과 관련된 자산(철도자산)을 민간에 완전 매각하는 방식", 둘째, "철도자산은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권만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 셋째, "철도자산과 운영권을 국가가 소유하고 일정기간 운영권만 민간에 임대하는 방식", 넷째, "민간에 임대한 운영권을 다른 민간이 재임대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 역시 이 용역보고서가 '민간 운영'을 포함한 4가지 '옵션'을 제시한 것 중 하나를 택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같은 '4개 옵션'은 향후 '철도 화물 운송 민영화'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 한국교통연구원 용역 보고서 중 |
수서발KTX 제시한 '그' 보고서…'공식 입장' 아니나 '족집게'?
또 이 보고서는 "철도화물 운송 사업의 제3자 개방의 형태는 철도시설과 철도운영의 상하분리가 돼 있는 우리나라의 철도산업 구조에서는 철도자산을 동시에 매각하는 방식의 철도 민영화는 곤란"하다며 "민간 위탁 방식 중에서도 일정 기간 철도화물 운송 면허를 부여하여 운영권을 보장하는 프렌차이즈 형식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프렌차이즈 형식은, 정부가 주장하는 '독일식'이 아니라 영국식 민영화를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철도 노선과 철도 산업 등을 잘게 쪼개 다수의 민간에 면허와 운영권 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그러나 영국식 민영화에 강한 거부감을 표명하며 표면적으로 '독일식 지주회사' 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식 지주회사라고 해도 문제는 있다. 독일의 철도회사 도이체반(DB)은 철도 화물 자회사를 민간 자본에 매각하려다 시민들의 저항에 부딛혀 실패한 적이 있다.
▲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으로 철도 민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의 2015년 로드맵은 차량 정비 및 임대 부문을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화물 운송 분야 민영화는 차량 임대 및 정비 분야 민영화와도 관련이 있다. 차량 임대 자회사는 화물 운송 분야 민간 진입시을 원활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모든 분야를 쪼개 코레일 독점을 깨트리면, 철도 민영화는 일사천리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들 자회사는 언제든지 지분 매각이 가능한 주식회사들이다. (관련기사 : 수서발KTX는 시작!…朴임기 내내 철도민영화 지뢰밭 )
정부는 비슷한 형태의 자회사인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 당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및 철도사업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철도 파업을 강경 진압하며 뜻을 관철시켰다.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중에 확인시킨 정부는, 향후 비슷한 논리를 철도화물자회사, 철도임대자회사 등에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서발KTX주식회사는 정부 입장에서 일종의 '리트머스시험지'였다.
[프레시안 민영화 기사 간추려 모아보기] ① 대선 전부터 이미 민영화는 시작됐다 ● MB에서 박근혜로, '6대 민영화' 몰려온다 ② 꾸준한 의혹 제기 ● "朴정부, 철도민영화 '2단계 비밀 추진' 전략 있다" ③ 철도 민영화 심층기사 ● 50여 명 죽인 '돈 먹는 하마'…한국 철도도?-영국인이 말하는 영국 철도 민영화 ● 국토부, 철도도 '4대강' 꼴 만들 셈인가-현직기관사가 본 '수서발 KTX'의 실체 ④ 의료 민영화 심층기사 ● "돈 없어 치료 못받고 죽는 국민" 개탄하던 노무현은 왜… ● 정부, 병원에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의료민영화 논란 ● 박근혜 야심작 '의료 관광', 실은 독(毒)사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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