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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통령 한복' 속 사라진 복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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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통령 한복' 속 사라진 복지 공약

[김윤태 칼럼]<20> 누가 한국 민주주의를 죽였나?

2013년 한 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 머리 속에는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과 김한길 대표의 '체크셔츠'가 떠오른다 (그 다음에는 서울시청 광장의 촛불시위). 하지만 나는 해외 무대에서 한복을 선보이는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체크셔츠를 입은 야당 대표를 보기도 난감하다. 그런데 왜 머릿속에 그들의 '말'보다 '옷'이 먼저 떠오를까? 정치인의 말 대신 패션을 쫓아다니는 언론의 파파라치 스타일 때문일까?

누가 민주주의를 죽였는가?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한국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국정원 댓글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이 북한의 장성택이 당한 것처럼 인간적 모욕을 당하면서 (총살형은 면했지만) 쫓겨났다. 백주대낮에 5000명의 경찰관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노동조합 사무실과 언론사 건물을 파괴해도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변한다.

말은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행동은 정반대다. 투표에서 인권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원칙은 무엇이든지 비웃어주는 것을 의무로 여기는 정서가 존재한다. 청와대는 이 모든 과정을 정말 "자랑스러운 불통"으로 실행했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이유를 설명하거나 이해관계자와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다. 다만 "원칙 없이 타협하면 미래가 없다"고 말만 반복한다. 그런데 그 원칙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

▲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여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공약은 묻지 마세요?

미국 정치학자 새무엘 헌팅턴은 민주주의의 공고화의 지표로 "2차례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제시했다. 다른 학자들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야당과 사회운동의 존재를 지적하거나 시민들의 민주적 태도를 측정했다. 나는 민주주의의 지표로 '선거 공약의 이행'을 강조하고 싶다.

대통령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다. 공약을 휴지조각처럼 내팽겨 친다면 누가 투표하고 싶겠는가?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4대증중질환 진료비 등 주요 공약이 사라져도 새누리당은 무기력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다. 그 와중에 대형 언론은 계속해서 복지가 경제를 위협한다고 비난하기 바쁘다.

어떤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인사 난맥과 비리 사건에 비해 공약 포기의 정치적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유권자가 정부의 세수가 한정되어 복지 지출을 늘릴 수 없을 거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말 재정 균형을 걱정하는 국민이 대다수일까? 대통령의 복지공약 포기에 아예 분노하지도 않는 것일까?

어떻게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상당수 진보적 정치인들은 한국 정치가 보수언론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우려한다. 유권자들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보다 인사파동, 국정원 댓글 수사, 검찰총장 낙마 등 정치적 이슈에 더 많이 반응한다고 짐작한다. 심지어 보수정부가 지배하는 조건에서 민생정치란 결국 집권세력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무기력한 패배주의에 불과하다. 오히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정치화는 유권자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이 논쟁적 정치에 참여하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하는 정치투쟁이 중요하다. 사회운동과 연대하며 국회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치적 기회의 창출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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