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을 한나라당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청와대는 "안타깝다. 한나라당의 재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반응했지만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이 답답하기는 한데 딱히 더 내놓을 카드도 없다'는 것이 현재 청와대 분위기다.
평소와 달리 "모르겠다"로 일관한 윤태영 대변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한나라당의 거부 의사가 발표된 후) 이병완 비서실장께서 강재섭 대표께 전화를 드려 한 번 더 재고해주시기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과연 한나라당의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냐'는 질문에 "그것까진 모르겠다"고 답했고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까진 알지 못 한다"고 답했다.
또한 윤 대변인은 '정치협상회의가 안 되면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 것이냐'는 질문에도 "가정을 전제로 말씀드릴 순 없다"며 평소와 달리 '모르쇠'로 일관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윤 대변인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 측이 "수차례에 걸쳐 부동산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 면담신청을 했는데 답이 없었다"며 "25일 오전 당정청 고위급 4인 회동에서 당정협의 강화 등을 논의했는데 바로 그 다음날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여야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 것이 답이냐"면서 분통을 터트리는 데 대해서도 "(청와대) 내부의 정리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다른 방도가 있냐?"
청와대 관계자는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답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한나라당이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지 못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안과 인사문제가) 표결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방도가 없지 않냐"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청와대에서 재고를 요청했지만 한나라당 반응이 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묵묵부답한 이 관계자는 '여당도 불만이 많아 보인다'는 지적에 "정치협상회의라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상황에 대해선 다 공유하고 있었다"며 "4인 회동에서 전효숙 내정자 이야기도 나왔고…"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윤태영 대변인은 "전효숙 내정자에 대해선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간 청와대는 "여아가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에서 표결처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발언은 25일 당정청 고위급 4인 회동에서 결국 전 내정자의 자진사퇴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을 시사한다. 결국 30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난망한 상황에서 3개월 여를 끌어 온 이 사태는 늦어도 다음 달 3일 노 대통령의 출국 전에는 종결 될 것으로 보인다.
침묵을 지켜 온 전 내정자 본인도 자신이 '정치적 카드'로 쓰이고 있는 상황을 더 참아내기는 힘들 것 같다.
결과적으로 레임덕 가속화, 당청 관계악화, 전효숙 카드 폐기만 남아
결국 '별 다른 카드도 없고, 한나라당의 거부가 예견되긴 하지만 그 쪽도 국정 발목잡기라는 부담을 지게 될 테니 테이블이 꾸려지지 않아도 추가적 부담은 없다'는 계산으로 제안된 정치협상회의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레임덕의 가속화, 여당과 관계악화 가속화, 전효숙 내정자 문제의 실익 없는 후퇴 등 '추가적 부담'이 당장 손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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