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2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리기로 했다.
"청와대 사석(捨石)작전에 말려들지 않는다"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지도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온건론에서부터 강경론까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 27일 최종결론을 내리기로 했다"며 "그러나 전체적 분위기는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해 '사실상 거절'이라는 결론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및 정연주 KBS 사장 임명 백지화가 전제조건이 되면 고려해 볼 수 있지 않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효숙 카드'는 더이상 협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높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버리는 돌을 활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사석(捨石) 작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그 외에 한나라당이 협상회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연주 KBS 사장 임명과 송민순, 이재정 두 장관 내정자의 백지화는 청와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법적 절차가 완료된 사안들은 논의대상으로 올릴 수 없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온건론에 의거한다 하더라도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구성은 난망한 실정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다른 인사들은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는 금강산, 개성공단, PSI, 전작권 논의 유보 등 매우 중대한 문제에서 청와대가 전혀 야당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며 '협상 무의미론'을 주장했다.
반대 명분 찾기 고심하는 한나라당
결국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미 당의 중론이 '반대'로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결론을 내놓지 않는 것은 국정 파행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한나라당이 가장 큰 실질적 정치주체가 아니냐"고 말한 것도 한나라당의 이같은 부담감에 대한 압박이라는 것.
한나라당은 이미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등에 있어 비교섭 야3당이 중재안으로 내놓은 표결처리 안까지 물리치고 국회 의사일정을 지연시킨 데 따른 부담감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부동산 문제의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반사이득이나 노렸지 한나라당이 한 게 뭐가 있냐', '사실상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부자들 편만 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점차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자체 조세개혁특위가 만든 부동산 양도세 완화방침을 백지화시키기도 했다.
결국 27일 열릴 당 최고위원회의는 청와대의 제안 거절을 위한 '명분'을 찾는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한나라당이 국민연금개혁안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에 '협조'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치협상 테이블 자체는 거부하더라도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누그러진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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