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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우리 사회의 북한인권 무관심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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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우리 사회의 북한인권 무관심에 일침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北 인권 철학은?

북한 인권 특별조사위원회(COI)가 3개월여 진행해온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끝내면서 우리사회가 북한 인권에 무관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올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7월 19일부터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COI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지구 상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두 나라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바로 중국과 한국이다. 첫째, 북한의 인권침해를 중국이 일정 정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 한국사회의 무관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엔이 중국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유엔 기구의 비판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인권문제를 다루는 국가기구도 있고, 국제적 연대를 가지고 인권운동을 하는 국내 단체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이런 비판을 받게 된 것은 정부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 남한사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북한 인권 특별조사위원회 커비 위원장의 지적은 우리에게는 중국 방조론보다 훨씬 무겁고 부끄러운 사안이다.

▲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 마이클 커비(오른쪽) 위원장과 소냐 비세르코 위원이 북한 인권침해 실태에 관한 증언을 듣는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AP=연합뉴스

내년 1월이면 북한 인권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보고서로 출간될 예정이고, 3월에는 유엔에 보고될 예정이다. 3개월여의 공청회 활동 결과와 인공위성 사진을 곁들인 보고서가 나올텐데, 그때까지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 구두로 지적을 받는 것과 활자화된 보고서에서 비판을 받는 것은 다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 방조 책임론

북한 인권 실태조사에 참가했던 16개 참가국 대표들은 유엔 난민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중국을 비난했다. 세계인권선언 제5조는 어느 누구도 비인도적인 대우나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인권선언도 비인도적인 대우나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송환하거나 추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세계인권선언 5조를 근거로 북한과 중국을 비난·비판하지만, 중국은 위험지역으로의 송환·추방 금지 명문 규정이 없다는 점과 북·중간의 양자조약에 근거하여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고 있다. 요컨대 북한 인권 침해를 중국이 방조한다는 비판에 대해 법적으로 따지면, 중국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G2 반열에까지 올랐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옹색한 논리나 변명으로 대응해도 될 처지는 이미 벗어났다. 국제정치·외교 문제와 관련해서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에서 '책임대국'임을 표방한 지 제법 오래됐다. 지난 6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과 미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제의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가 되고 책임대국이 되고자 한다면 중국도 이제는 인류 보편 가치를 중심으로 외교도 하고 대북관계도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탈북자 송환같이 옹색한 변명이 필요한 일은 중단해야 한다. 지난 2월 3차 북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한에 보여준 원칙적 대처를 감안할 때, 유엔이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중국 방조 책임론을 제기하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면 중국도 이제는 예전처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탈북자들이 더 열악한 인권상황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우리에게 반가운 일이다.

커비 위원장, 동서독과 남북한을 비교하며 젊은이들의 북한인권 무관심 지적해

중국 방조 책임론을 제기한 커비 위원장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서 좀 더 아픈 지적을 했다. 특히 앞으로 한국을 책임지고 나아가야 할 젊은이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사실을 안타까워하기까지 했다. 그는 "통일 전 서독의 젊은이들은 동독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 한국 젊은이들처럼 이렇게 무관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실망감까지 드러냈다. 우리 남한사회, 특히 젊은이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북한 인권 특별조사위원회 커비 위원장의 지적은 우리에게는 중국 방조론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커비 위원장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젊은이들의 무관심을 독일사례와 비교함으로써 우리를 낯 뜨겁게 만들었지만, 사실 더 낯 뜨거워해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회의원들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들은 이번 회기에도 다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미 제출된 8개의 북한인권법안에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 제정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초보적이고 개략적일지라도 북한인권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었더라면 커비 위원장이 우리의 무관심을 대놓고 비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꿔 말해서, 그것마저 없다 보니 무관심을 지적당하면서 망신을 당한 꼴이 되었다. 그런 만큼 이번 19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은 제정되어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북한과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인권 철학은 무엇인가?

보편적 가치를 준수하는 것만큼 가장 확실한 '원칙'은 없다고 본다. 필자는 유난히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인권에 대한 철학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인권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보임으로써 지난 7월 중국이 탈북자 김광호 씨의 가족 일부를 북송하지 않고 남한으로 다시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편적인 관심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권철학이다. 대통령의 인권철학이 분명하게 제시되면 북한인권법 제정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북한인권법 제정 문제가 국회에서 토의 일정에 오르고 법이 제정되면 우리 사회의 관심도 증대될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 국제적 관심은 더욱 증대될 것이고, 그것은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촉진시키는 추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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