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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상태에 빠진 '수권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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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상태에 빠진 '수권야당'

[기자의 눈]한나라, 자살골 챙기기가 자살골 된다

"정기국회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3000건에 육박하고 있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할 법안도 100여 건에 이른다."
  
  21일 오전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런 말을 한 비슷한 시각,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지금 전효숙 문제가 아직 여야 간에 매듭이 되지 않고 있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경우에도 전효숙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이 문제와 연계시켜 법안을 심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북핵 사태로 국정감사가 10여 일 미뤄지면서 전체적인 정기국회 일정이 순연됐고, 새해 예산안도 헌법상 시한(12월2일) 내 처리가 난망한 가운데 나온 제1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치고는 한가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오로지 '전효숙 저지'에 사활을 걸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한나라당의 막무가내식 사학법 연계전략에 발목이 잡혀 예산안이 헌법 시한을 한참 넘긴 12월30일에야 가까스로 의결됐었다.
  
  부동산 사태는 '먼 나라 얘기'?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식물정당화'를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따져보면 수권야당을 표방하는 한나라당도 '전효숙 저지' 외에는 원내외를 막론하고 어떠한 정책대안도 내지 못하는 식물정당 상태다.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론 없음'이다. 당 조세개혁특위는 지난 10일 종부세 대상 기준을 높이고 양도세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세제개혁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안은 "부동산 부자 비호당이냐"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16일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 운동본부장으로부터 "최근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너무 높이 올라간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율 거품빼기 운동을 할 것"이라는 독설을 듣기도 했다.
  
  결국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20일 "현재 부동산 시장이 정상이 아니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 상황에서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뭇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 의장은 특히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아파트 반값 공급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놓고 정책위 차원의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문제가 '대란'이 된 지 한참 뒤에야 이쪽저쪽을 기웃거리는 형국이다.
  
  유기준 대변인은 "야당이 어떤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정책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야당의 기본적인 임무는 견제와 비판"이라고 한나라당의 무책임성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갔다.
  
  이라크 파병 문제의 '무풍지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여부의 논란도 유독 한나라당만 무풍지대다.
  
  황진하 의원은 "정부는 최초 파병목적을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먼저 내려야 한다"면서 "한나라당 차원의 당론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국제적인 공조에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 당의 원칙"이라면서도 "정부의 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정조위원장으로부터는 "이라크 파병연장안과 관련해 당에서 어떤 이야기가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더 높은 지도부 인사에 물어보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사법개혁? 반대라도 분명히 하든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20일 결의문까지 발표하며 사법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으나, 한나라당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다. 찬반 입장도 정하지 못한 채 아예 당내 논의조차 전개될 기미가 없다.
  
  현재 법률전문대학원(로스쿨)법안, 변호사법 개정안, 범죄 피해자 보호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안은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 김형오 원내대표는 "로스쿨법은 사법 제도 전체를 바꾸는 법률임에도 문제점이 너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지금 단계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사위 소속인 나경원 대변인은 "사법개혁안에 대해 총론적인 당의 입장을 논의한 적은 없다. 다만 로스쿨 법안 등 몇몇 법안의 경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반사이익만 챙기자? 언제까지?
  
  강재섭 대표는 지난 17일 "상대방의 자살골도 다 우리 득점이며, 지지율을 잘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책임 질 일은 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반사이익만 챙겨도 집권 전망이 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쪽이 상대방의 자살골만을 기다리는 축구경기를 끝까지 지켜볼 관중이 있을까? 이런 식이라면 지금 당장은 여당에 집중된 비판의 화살이 언젠가는 한나라당을 향할 수밖에 없다. 그 시기가 집권 후라고 판단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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