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자책골에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요즘 '쾌재'를 부르고 있다. 내년이 대선의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이런 분위기를 나무랄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정부·여당의 실패, 그 자체가 야당에게는 집권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정당이란 원래 집권을 전제로 모인 집단이지 않은가.
정부·여당의 자책골 소식이 반갑긴 하겠지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이같은 당 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강 대표는 지난 17일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상대방의 자살골도 다 우리 득점이며, 지지율을 (앞으로)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라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즐거운'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정부·여당이 내놓은 11.15 부동산 대책이 '분양가 규제는 쏙 빼놓은 채 건설업계의 민원만 해결해준 것'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된 데 대한 반응이다. 게다가 이런 비판여론이 더 확산될수록 한나라당은 그만큼 더 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지지율에서 열린우리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발표를 보면, 두 정당 간의 지지율 격차는 26%포인트를 넘어서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인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도록 여론이 언제까지 놔둘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부자비호당'?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정부·여당이 거듭 자책골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그에 못지않은 일을 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0일 한나라당 조세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안이다.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을 현행 '기준시가 6억 원 이상'에서 '9억 원 이상'으로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이 세제 개편안은 한나라당 안에서도 "부자 비호 정당이란 비판을 자초하려는 것이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관계자는 19일 "한나라당은 1년 전만 해도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가 당론이었는데 이번에 뒤집었다"며 "정치권에서 이런 식으로 입장을 쉽게 바꾸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조세감면 기대 심리가 생기고 투기세력이 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설업자 대변하는 한나라당
게다가 한나라당은 부동산 정책 분야에서 건설업체의 입장을 뒷받침하거나 두둔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는 등, 정부·여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7일 국세청이 고분양가 논란을 야기한 일부 건설업체들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지자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집 지어서 시장에 공급하는 경제행위를 하는 기업이 무슨 죄가 있느냐"라면서 건설업체를 내놓고 옹호했다.
경기도 화성의 동탄신도시에서 민간 건설업체들이 택지비를 부풀려 신고하는 수법으로 2908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건설업계의 폭리구조에 대한 비난여론이 한창 들끓는 시점에 한나라당의 대변인이 건설업체들을 옹호하는 논평을 낸 셈이다.
이 사례는 일반 국민들과 한나라당 사이에 존재하는 매우 큰 시각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부동산 문제에 침묵하는 대권주자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의 대권주자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도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만큼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동산 대란으로 온 국민이 몸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권주자들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몸사리기로밖에 볼 수 없다.
경부운하 건설계획 발표로 개발주의자의 진면목을 보여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등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들이 모두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논평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만이 최근 들어 부동산 문제에 대해 다소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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