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비리 혐의 등 각종 물의를 일으켜 제명되거나 자진 탈당한 정치인들을 다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여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여기자 성추행 파문으로 탈당했던 최연희 의원과 지난 5.31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1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탈당한 박성범 의원, 그리고 수해지역 골프파문으로 제명됐던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이다.
"정치적으로 고려할 여지 있어"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 13일 밤 일정에도 없던 최고위원회의를 비밀리에 열어 이들의 지역구를 포함한 12개 지역구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자리를 비워 놓기로 결정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연희 의원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 때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성범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 참작의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대법원 판결도 안 나왔고, 정치적으로 좀더 고려해야 할 여지가 있는 지역은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선 승리를 위해 연말까지 빈 자리에 책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당의 방침과 명백히 어긋난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참정치 운동'을 부각하며 도덕성 제고와 이미지 쇄신이 대선 승리의 원동력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 달엔 당의 윤리위원장으로 인명진 목사를 임명하면서 '집안단속'을 특별히 주문한 바 있다.
게다가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지난 14일 국회대책회의에서 "한 방송국 뉴스에서 자꾸 최연희 의원을 한나라당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심히 불쾌하다"며 "탈당한 사람을 한나라당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니 고쳐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연희=한나라당', 불쾌하다"더니…
표리부동한 한나라당의 행태를 두고 정치권은 비난을 쏟아냈다. 열린우리당 노식래 부대변인은 "이들을 다시 껴안겠다고 지역구를 비워놓은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며 "정치의 퇴행적 모습이 떠올라 낮 뜨겁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언제부터 그렇게 자기 당 사람도 아니라고 부인하는 사람들까지 챙겨주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 전원이 사과하고 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12개 지역구의 운영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사실은 있다"면서도 "그 이유와 배경 등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만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