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지난 2월 술자리에서 신문사 여기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연희 의원(61. 무소속)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일반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금고(禁錮)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형법상 금고 이상의 형에는 징역과 사형이 있는데, 집행유예 여부는 형의 종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황현주 재판장)의 심리로 10일 열린 최 의원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짐으로써 피해자가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통상의 강제추행 사건보다 피해가 크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언론을 통해 용서를 빌거나 전화와 이메일로 사과를 표시했을 뿐 금전 보상 등 진정으로 피해를 보상하려는 노력이 없는 데에다 피해자가 합의의사가 없어 징역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당시 만취해 사물 분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피고인이 마신 술의 양과 혈중 알콜농도 등을 감안하면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음은 인정되나 심신 상실로 인한 의사 결정 등이 무능력한 상태였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며 "강제추행에 있어서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행위를 요하지 않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행위를 하는 것 정도로 고의성이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3선 의원으로 훌륭한 의정활동을 평가 받아 온 점,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가정 및 사회생황에서 적잖은 심적 고통을 받은 점 등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점을 감안하면 벌금형이 상당하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모범을 보여야 할 피고인이 지나친 음주로 사리분별이 떨어져 강제추행을 한 것은 오히려 비난의 가능성이 높다"고 징역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최 의원은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겠다"고 짧게 답변하고 법정을 떠났다. 다만 성추행 사건 이후 거센 의원직 사퇴 압력에도 탈당한 채 의원직을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 곧바로 의원직을 잃는다. 남은 국회의원 임기는 1년 6개월 가량이다.
한편 최 의원에 대한 선고 직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민우회 등 8개 여성단체 모임인 '여성폭력추방공동행동'은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여성의 지위를 폄하하고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성기중심적인 왜곡된 통념 때문에 성추행의 죄질을 과소평가해 온 법원의 잘못된 관행과 사회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사회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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