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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탄압, 정대세 고발하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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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탄압, 정대세 고발하는 우리는?

[다시, 조선학교]<7.끝>'우리'안의 불편한 진실에서 출발하자

6년간을 돌이켜보며

2007년, 김명준 감독의 영화 <우리학교>가 국회에서 첫 상영을 하던 날이 기억에 생생하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조선학교에 관한 영상물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흥분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조선학교와 한국사회와의 만남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 2007년 개봉돼 큰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영화 <우리학교>
다만 상영이 끝난 후 주최 측 한사람이 한 발언이 마음에 걸렸다.

"이 영화는 IMF 이후 한국사회가 잃어가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과연 한국사회에 있어 조선학교는 잃어버린 뭔가를 채우는 존재인가? 그 후에도 여러 번 <우리학교>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비슷한 발언들을 들을 때마다 작은 의문들이 쌓여갔다. 그래서 필자는 나중에 이 영화가 한국사회에 안겨주는 감동에 대해 "조선학교에 대한 낯설음과 불편함을 가볍게 뛰어넘고 '우리'를 새로 발견하는 것"이라 비판적으로 써 본 적 있다(조경희, "한국사회의 재일조선인 인식",『황해문화』, 2007년 가을호.)

그때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위와 같은 비평은 좀 성급한 것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사회의 변화를 너무 과대평가했을지 모르겠다. 물론 김명준 감독이나 KIN(Korean International Network=지구촌동포연대)과 같은 소수의 활동가들은 그 후에도 연대활동을 꾸준히 펼쳐 나갔으며 서서히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많은 재일조선인들의 한국 입국이 제한되는 등 그 이전에 쌓아온 만남의 기반이 다시 무너져가는 현상들도 나타났다.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한 반공주의 또한 위기적 상황에서 언제든지 작동된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우리는 2007년보다 뒤진 제도적 조건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조선학교 문제를 조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지만 그 동안의 한국사회와 조선학교와의 관계형성을 성찰해야 할 시기에 와있는지 모른다.

한국사회에게 조선학교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끔씩 조선학교에 관한 내용을 가르치거나 영상물을 보이기도 한다. 학생들 감상문을 보니 대체적으로 호응이 뜨거운데 대부분은 일본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과 분노로 가득 찬다. 이 연재기사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듯이 그 동안 일본정부가 행한 노골적인 조선학교에 대한 제재와 최근 일부 일본인들의 극단적인 차별발언들을 접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자신들의 이야기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과연 한국인 자신들에게 조선학교는 어떤 존재인가.

혹은 다음과 같은 반응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너무 이쁘다. 그런데 북한식 교육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학생들 절반 이상이 한국적이라는데 하루빨리 한국정부가 그들을 책임져야 한다." 조선학교를 '조총련 학교'라며 기피했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이런 반응은 건전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민주화 이후 성장한 학생들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몰역사적이다. 조선학교를 일종의 대안학교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두말할 것 없이 조선학교는 오랫동안 이북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유지되어 왔으며 이는 숨길 수도, 숨길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재일조선인들이 왜 그런 역사를 걸어왔는가, 그때 한국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이에 대한 성찰 없이는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와 조선학교의 관계를 생각하기 위한 키워드는 '민족'이나 '인권', '차별' 도 그렇지만 역시 무엇보다 '분단'이다. '탈분단'이라는 수사가 분단의 역사와 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 즉 우리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역사, 우리 안에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서있다. 지금의 만남들은 이 고민들이 수반되었을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분단체제에 구멍을 뚫어

한편 조선학교는 분단체제의 영향을 직접 받으면서도 스스로 분단을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도 지속해왔다. 38선 없는 일본에서 재일조선인들은 통일을 말하고 꿈꿔왔다. 이런 통일지향적인 조선학교 출신자들이 민주화된 한국사회와 만나 손을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조선학교에서 배우는 우리 말과 글은 한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문화자본으로 기능했다. 역설적이지만, 민단계 동포들에 비해 조선학교 출신자들은 확실히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축구선수 정대세와 같은 인물이 잘 알려지면서 조선학교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은 한층 높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정대세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소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조선학교와 그 출신자들의 위치는 여전히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현재 필자를 포함한 많은 조선학교 출신자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 사이에 다시 물위에 오르기 시작한 반공주의적 시각은 이들에게 은밀한 긴장을 강요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말하자면 조선학교 출신자들을 영원한 '불순분자'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한국사회와 조선학교는 여전히 긴장관계에 있으며 자칫하면 자가당착에 빠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만날 수 있으며 잦은 만남들을 통해 분단체제에 수없이 구멍을 뚫어가야 한다. 또한 서로가 서로의 역사에서 소외되어왔음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그동안 운동가들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소통의 통로를 앞으로 보다 확대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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